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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만, 행복감이 밀려온다

감정일기(16)

by 이음

한동안 우울감이 가시지 않았다. 지난 긴 주말의 일상 역시. 감정 살리기로 고군분투했다. 불안함이 커질세라. 요가를 하고 러닝을 하고. 칠링한 와인을 마시고. 포근한 침대에 누워 도서관에서 빌려온 베스트셀러 읽기. 낮잠을 까무룩. 흥미진진한 미드 정주행. 아주 오랜만에 와인 모임도 나가봤다. 주문한 노오란 프리지어가 마침 도착. 색감과 향기가 봄의 단서를 알려주었다. 괜찮아. 따뜻해지고 있어. 다 괜찮아질 거야.


어제저녁 와인 모임이 비교적 일찍 끝났지만. 오늘 아침에 일어나려니. 몸이 좀 무거웠다. 충분히 잤건만. 하지만 새벽 요가.는 가야만 했다. 가야만 한다. 새벽 공기는 차갑고. 바람이 분다. 따뜻해지나 했는데 아직 겨울이 남아있구나 했다. 오늘도 요가원엔 사람들이 가득하다. 평소보다 늦게 도착했지만. 명상 루틴은 그대로. 풀무호흡, 나디 쇼다나, 차크라 명상까지. 호흡도 마음도 좀 진정됐다. 아쉬탕가 마이솔.로 이어간다. 이미 수련을 이어가고 있는 도반들의 호흡, 에너지에 같이 정화되는 느낌이 든다. 주말에 좀 잘 먹고 지냈다고 몸이 아주 가볍지는 않다. 그래도. 이렇게 이어가고 있는 것 자체가 나에겐 위안이다. 안정감이다. 몸과 마음에 심지가 생기고 있다. 사바사나.로 달콤한 쉼.을 맛본다. 참 무해한 공간이다.


1시간 반 수련을 마치고 나오는데.. 작은 눈발이 흩어진다. 아마도 올 겨울 마지막 눈이겠지.

부쩍 따뜻해진 것 같아서. 따뜻한 봄이 반가우면서도 지나간 겨울이 좀 아쉬울 참이었는데. 동네 카페에서 카페라테를 테이크아웃했다. 겨울에 마시는 따뜻한 라테의 호사도 좀 더 누려야지.


오늘은 재택을 한다. 여유를 좀 부려본다.

창밖에 눈발이 조금 더 굵어졌다. 시야가 뿌옇다.

나는 안전하다. 고요하다. 평화롭다.

행복감이 밀려온다.

오늘은 집중해서 일을 좀 해야지. 보람 있는 하루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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