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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워진다, 우울감이 같이 온다

감정일기(17)

by 이음

날이 제법 추워졌다. 두터운 스웨터에 겨울 코트까지 걸쳤다.

날이 추워진다는 것은 사실 따뜻함이 더 그리운 시절이라는 건데.

공허함이, 우울감으로.. 혹은 꿈틀대는 화로. 밀려온다.


주말 날씨가 좋았다. 마라톤을 하고 요가를 했다.

후배와 분위기 좋은 곳에서 맛있는 것을 먹고, 힙한 분위기의 카페에서 커피도 마셨다.

그럭저럭 일했고. 그럭저럭 월요일을 준비했다.


사실 아침에, 업무가 준비되어 있다고 생각했기에.

비교적 가벼운 마음으로 일을 시작하려고 했다.

하지만 예상하지 못한 부장의 반응에, 그리고 원래 화법이 좀 거칠기도 하신걸 알면서도

감정이 상했다. 사실 그뿐. 결국 아무 일도 아니었는데.

기분이 뚝 떨어졌다.


점심엔 반가운, 아주 오랜만에 이뤄진 만남이 있었다.

맛있는 거 먹고 수다 떨고. 지난날들을 공유하며

서로 위로했다.


기분이 안 좋아질까 봐.

나의 일상은.

산책을 하고 달리기를 하고 요가를 하고

재미난 책을 읽고. 재미난 영화를 찾고 와인을 마시고.

가족이라도 보러 가고. 약속을 잡아보고.

상대에게 힘내라는 말을(사실은 나를 향한 말이기도 한) 적극적으로 보냈다.


그런데 뭐 하나, 어찌 보면 아무 일도 아닌 일이

갑자기 기분을 뚝 떨어뜨린다.

결국 지나고 보면 아무 일도 아닐 거라는 걸 알면서도 말이다.

갑자기 어찌할 바를 모르겠는 심정 같은 게 되면, 속수무책이다.


추워져서야,... 와 같은 핑계를 대본다.

그리고. 반등을 위해선.

원래 좀 더 낮게 구부려야 더 크게 튀어 오를 수 있지. 같은 생각을 해본다.


어쩔 줄 모르겠는 심정에.

정리해 보면, 다 아무것도 아닌 일. 에 일어난 불필요한 감정이란 걸. 정리해보고자

이렇게 몇 자 또 끄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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