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고등어 봉초밥

성공이라고 보긴 어렵지만.

by Wishbluee



며칠 전, 남편과의 에피소드를 브런치에 글로 옮겼습니다.

에피소드에서 나온 '고등어봉초밥'을 혹시 먹었는가? 못 먹었는가? 궁금하신 분이 있으실까요?


네~ 친구가 없어서 못 먹었는데요!

동네 친구들이 절 구원해 줘서 결국 먹어봤습니다.

와우, 너무 맛있었어요!


미스타김이 힘을 내야 하는데 같이 안 간다고 했잖아요.

마음 넓은 저는 (풋) 만들어주기로 결심했습니다.

미스타 김은 힘을 내야 하니까요???


고등어 봉초밥은 가격이 꽤나 비쌌어요.

싱싱한 고등어를 사다가, 직접 절이고 숙성하는 과정을 거쳤다면, 당연히 그 가격을 받아야 하는 게 마땅했습니다. 보통 가정집에서는 어려울 것 같았어요. 그런데 찾아보니, 쿠팡에서 '시메사바'를 파는 것이 아니겠어요?


시메사바는 옛 일본에 생선을 보관할 방법이 없었던 시절, 맛있고 기름진 고등어를 식초에 절여서 오랜 시간 운반할 수 있게 만들었던 것이 지금껏 전해져 내려오는 것이라 해요.


심지어 냉동이라 언제든지 해 먹을 수 있었고, 가격 또한 너무나 저렴했습니다.


가장 저렴한 70그램짜리를 두 개 샀는데요.

자 여기서 제 첫 번째 실수!

70그램짜리 말고 되도록이면 큰 걸 사시길 바라요. 너무 작은 걸 샀더니 만들기가 굉장히 까다로웠어요.


01.jpg


시메사바. 무순. 적초생강. 쪽파. 고추냉이.
그리고 단촛물. 재료는 이게 끝입니다.
아. 토치가 필요합니다.



02.jpg


단촛물은 식초 : 설탕 : 소금

1 : 1: 1

비율이 원칙인데요, 드셔보면서 입맛에 맞게 가감하시길 바라요.

저는 조금 더 시큼하게 했어요.

미리 배합해서 만들어두세요.

03.jpg


제 두 번째 실수입니다.

현미밥을 사용했어요.

백미밥을 사용하시길. 밥이 잘 뭉쳐지지 않더라고요.

04.jpg

해동한 뒤 물기를 꼭 키친타월로 닦아주세요!

05.jpg

해동한 시메사바는 껍질을 살살 벗겨줍니다.

06.jpg

흑. 너무 볼품없어졌죠.

큰 걸 샀으면 덜 했을 듯한데요.

07.jpg


배 쪽을 살살 갈라서 펼친 뒤에

와사비를 바릅니다.

08.jpg

적초생강과 무순을 올립니다.

(꼬리는 작은건 자르지 마세요.. 휴... 큰건 좀 잘라야 이쁜데 작은건 한점 한점이 소중. 아니 그냥 작은걸로 만들지 마세요)

09.jpg

쪽파를 올립니다.

10.jpg

그 위에 초간한 밥을 둥그렇게 뭉쳐 올려요.

11.jpg

랩으로 둘둘 말아 모양을 잡아둡니다.

12.jpg

꺼내면 이렇게 모양이 잡혀요.

13.jpg

너무 작아서 ㅠㅠ 자꾸 부서져요! 하지만 굴하지 않지 나는.

심혈을 기울여서 집중 또 집중! 칼집을 냅니다.

14.jpg

그리고 토치질!

캬~ 쾌감.

토치로 윗면만 구워주는 거예요. 그러면 고등어의 기름이 주르륵 나오면서 냄새가 기가 막힙니다.

15.jpg

완성된 고등어 봉초밥.

16.jpg

다시 봐도 작아서 너무 아쉽다!!!

고등어가 작으면 밥양이라도 줄일걸 후회막심입니다.

부서지지 않게 자르는 것부터, 옮기는 것까지 굉장히 힘들었어요.

결국엔 수저로 떠먹어야 했다는!!!

17.jpg

그럼에도 불구하고 맛은 너무 좋았어요.

150그램짜리 고등어 사다가 다시 만들어볼 생각입니다.



-어수선한 조리과정에 대한 약간의 변명.

-당시 저는 요리를 세개를 동시에 하고 있었답니다. 허허허허~

-요리하랴 사진찍으랴 제 영혼을 세등분하느라 육신이 못따라간것 같아요.

맛있어 보이죠?^^

별미인 것은 확실합니다.


미스터 김도 엄지 척!

사케 한잔과 안주로 먹기에도 너무 좋았어요.



적초.jpg

자. 그럼 저는 이제

이놈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ㅠㅠ


1.3킬로짜리를 샀니 나야...

매 끼 반찬을 적초생강으로 먹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다 먹겠죠... 어흑...


전문점 초밥퀄리티는 아니지만, 집에서도 얼마든지 해 먹을 수 있어요.

정말 어렵지 않으니 도전해 보시길 바랍니다!



어느새 아보밥 29화째입니다.

다음 화는 아보밥 마지막화가 될 것 같아요.

28화부터 29화까지 너무나 많은 공백이 있었습니다.

아보밥, 쉽지 않은 연재였어요.

많은 요리 연재 하시는 작가님들, 정말 존경합니다.



keyword
이전 28화수박껍질무침, 여름별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