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선택, 사는 선택
2025년 12월 18일 오후 1시
오늘은 화실 가는 날.
수업은 오후 1시에 끝난다.
다 같이 점심을 먹으러 식당에 갔다.
"저는 샐러드만 먹을게요."
당이 있으시다는 선생님은 샐러드만 시키셨다.
드레싱도 신경 써서 따로 달라고 하셨다.
모두들 파스타 한 접시씩 먹는데, 샐러드만 드시는 걸 보니 마음이 쓰였다.
당뇨.
사실, 익숙한 병명이다.
아버지를 오랜 시간 동안 괴롭히고 있는 이름이기 때문이다.
술과 음식, 사람들을 사랑하는 아버지는 젊은 시절부터 당뇨에 시달리셨다.
"아야.. 아야야 야야..."
배를 잡고 인슐린 주사를 맞으시는 아버지의 등이 흔들리던 것을 기억한다.
새어 나오는 비명소리도 선명히 떠오른다.
이후 식사 조절과 운동으로 노력하신 끝에 당뇨수치가 많이 호전되셨다.
"모두를 고생시킬 수는 없지."
가족들을 힘들게 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그 원동력이셨다.
잠시 생각에 잠겨있다가,
내가 주문한 음식이 나왔다.
크림소스의 버섯 파스타였다.
큰 접시를 살짝 가운데 쪽으로 밀어 두고,
"같이 드세요~"
하고 권유를 했다.
그러자 다들 고개를 절레~ 절레~ 저으신다.
"아유, 크림소스는 무서워... 선생님은 아직 젊어서 잘 모를 거야~"
아.
다들 당뇨와 고지혈증에 시달리고 계시는구나.
"나도 사실, 당수치가 좋지 않아."
다른 선생님이 말한다.
"그런데 나는 그냥 먹어."
"어머, 왜요?"
"나이가 먹어서 정말 손쓸 수 없을 때가 되었을 때, 맛있는 것 못 먹고 조심했던 세월들이 너무 억울할 거 같아서. 그래서 먹고 싶으면, 먹을 수 있을 때 먹어요."
불현듯 침대에 누워서 거동도 못하고 있는 늙은 내가 떠올랐다.
상상만으로도 끔찍해졌다.
이 선생님도 맞고, 저 선생님도 맞다.
건강을 위해서 음식 조심해야 하는 것도 맞고,
더 나이 먹기 전에 먹고 싶은 것 먹어야 하는 것도 맞다.
당장 내일 어찌 될지 모르는 인생이지만,
그렇다고 오늘 하루를 엉망으로 보낼 수는 없다.
살아감의 목표와 이상은 매일매일 바뀐다.
우왕좌왕하다가 정신 차려보면 무덤 속일지도 모른다.
그러면 그 인생은 잘 못 산 인생일까.
이 세상을 떠나갈 때, 나 스스로 납득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말 그대로, 'Good Goodbye'를 할 수 있지 않을까.
가족을 위해 노력하는 아버지가 너무 고마우면서도,
원하는 것을 희생하시는 건 아닐까 한편으로는 안쓰러운 생각이 든다.
건강을 지키는 마음도,
삶을 누리는 마음도
모두 사랑에서 시작된 것이니까.
매일은 안 되겠지만, 가끔은 좋아하시는 음식을 준비해 드려도 좋겠다.
라고 생각해 보는 오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