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시간, 좋은데 피곤도 해.

마음 편하게 쉬고 싶다

by Wishbluee

2025년 12월 19일 금요일


며칠 전, 두통약이 얼마 안 남았다는 걸 알았다.

서둘러 병원에 가서 미리 처방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나는 어쩐지 엉덩이를 뭉개고 앉아서 움직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딱히 생산적인 일을 하고 있지도 않다.

브런치를 뒤적거리거나, 볼만한 드라마를 검색한다.


기왕 혼자 있는 거, 독서라도 하면 참 좋으련만.

생산적인 일은 왜 이렇게 하기 싫은 걸까.


날씨는 춥고 집안은 따뜻하다.


애들이 어릴 적에, 이런 게으른 내가 싫어서 집안에서 늘 외출복을 갖춰 입고 있었다.

늘 긴장한 상태로 있을 수 있도록. 옅은 화장을 하고 언제든지 나가서 누구라도 만날 수 있게.


그런데 그렇게 입고 있으면 침대에 누울 수가 없다.

침대가 더러워질 테니.

잠시 몸을 뉘이고 싶으면 불편한 소파를 이용하는 수밖에.

내 집인데, 남의 집처럼 이용해야 하니.

어느 순간, 너무 불편해서 때려치웠다.


지금은 잠옷바람이다.

아~ 편하다. 편해.

부작용은 역시나, 늘어진다는 것이다.

한없이 게을러진다.


고양이 두 마리를 키운 적이 있다. 녀석들은 밥을 먹고, 똥을 싸고 자기 몸을 구석구석 혀로 핥아 청소를 했다. 그리고 나머지 시간에는 늘 늘어지게 잠을 잤다. 그걸 보면 나도 한 없이 묘옹 해진 표정이 되었다. 그러나 나는 그 곁에 누워서 낮잠을 잘 수 없었다. 시야에 들어온 온갖 생각거리, 일거리들이 뒤엉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시간만 죽죽 가버렸었지.


아이를 낳고 나니, 내게 시간은 너무나 유한한 것이 되어버렸다.

농담으로 '애데렐라'라고 하지 않나.

너무나 짧은 자유시간이 주어지니, 밀도 있게 알뜰하게 끝까지 긁어서 써야만 했다.

집도 치워야 하고, 간식과 식사도 준비해야 하고, 나도 놀아야 했으니.

이건 노는 건지, 바쁜 건지 알 수 없는 기묘한 '자유시간'이었다.


지금도 애매한 그 시간은 계속되고 있다.

뭘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뭘 해도 부족한 느낌.

한 가지에 푹 빠져보기엔 충분치 않으니, 엄마들은 여가시간에 드라마를 보게 되나 보다.

이러다 보니 쉬어도 쉬어도 피곤한 상태를 '유지' 한다.


최소한 고양이들처럼 푹 낮잠이라도 자면 좋으련만.


달력에 날짜를 헤아려 보며, 빈 날을 찾아본다.

동그라미를 긋고,

'병원 가는 날'이라고 써놓는 오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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