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빵은 정신건강에 이롭습니다.
"빵글을 쓰는 소모임을 해보면 좋겠어요."
나는 무조건 같이 하겠다고 했다. 빵을 잘 먹지도 못하는 상황이었지만 그분이 좋았다. 밀가루, 소금, 물, 버터가 따로 놀면 그냥 재료이지만 사람의 손길과 기다림, 불의 온기를 입고 나면 빵으로 변하지 않던가. 데면데면한 시간 가운데 한때 방을 좋아했던 사람이 여전히 빵을 좋아하는 누군가와 어우러져 글을 쓰고 읽는 일이 즐거우리라 생각했다. 한편으로는 처음이라 사람이 모이지 않으면 어쩌냐며 걱정하는 그분의 모습에 빵쪼가리만큼이라도 힘이 되고 싶었다.
p176 '아무튼 빵은 정신건강에 이롭습니다' 이리재 작가님의 글 中
이 페이지에 언급된 사람은.. 바로 나다.
글로 느껴지는 작가님의 따뜻하고 부드러운, 솔직하고 선명한 선의를 느낀다.
모임을 만든 건 나지만, 사랑과 공감으로 키워간 것은 구성원들인 작가님들이다. 나는 자리만 마련해 드렸을 뿐인데.. 이렇게나 다정하게 한 글자, 한 글자 정성 들여 건네는 마음이 귀하고 감사할 따름이다.
타인을 만난다는 것은 설레기도 하고, 두렵기도 한 일이다.
많은 사람들이 믿지 않지만 나는 낯을 무척 가린다. 그냥 아무 말 없이 가만있으면 되는데, 오디오가 비어 있는 걸 못 견딘다. 그러다 주절거리는 바람에 가뜩이나 어색한 분위기를 더 어색하게 만들어 버리기 일쑤다. 그리고 늘 뒤늦은 후회로 이불 킥하는 신세를 되풀이하고 만다.
이 나이를 먹어서도 모르겠다. 누군가를 만나면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까. 고개를 끄덕이며 열심히 들어주고, 공통점을 이끌어내는 기술이 아직도 제대로 연마되지 않았다. 어렸을 때는 누구를 만나던 일대일 대화만큼은 자신이 있었는데. 나이가 드니 '내가 이 이야기를 해도 될까'라는 생각이 말을 가로막는다. 결국 공갈빵 같은 말만 내뱉고 만다. 속은 비었는데, 괜히 부풀기만 한.
특히 처음 만난 사람에게는 설렘과 경계심이 동시에 느껴진다.
세월이 가져다준 수많은 관계의 누적이 오히려 누군가의 사심 없는 호의에도 '무슨 의미일까' 의심하게 하는 벽을 쌓게 만든다.
하지만...
'글쓰기'를 하고 싶어요.
그리고 '빵'을 좋아해요.
이 두 가지 키워드가 겹쳤던 우리는 아마도 만나는 그 순간부터 많은 경계를 허물어 버린 듯하다.
서로의 글을 읽으며, 대화만으로는 얻을 수 없는 깊은 공감을 느꼈기 때문일까. 적어도 나는 그러했다. 어떻게든 앞다투어 서로에게 더 큰 호의를 건네려 애를 쓰는 순수한 모임이라니. 마음이 안 가려야 안 갈 수가 없었다. 독서를 하고 글을 쓰는 사람들은 원래 이렇게나 다정한 걸까.
만날 때마다 빈 손으로 오는 법이 없던 작가님들.
다 같이 빵을 나누어 먹으며 건네던 안부들. 위로들.
한 마디 한 마디 신중하게 마음을 담아 나누었던 메시지들.
빵집에 가면
'아, 이 빵은 00 작가님이 좋아하는 건데!'
양손에 짐이 가득인데, 피도 안 통하는 손목을 애써 주머니에 넣어서 스마트폰을 꺼내 다리를 쩍 벌린 불편한 자세로 굳이 굳이 찍어서 보여주고 싶은 마음.
그렇게 자꾸만, 자꾸만 생각이 나는 사람들.
그래서 나는 이제 독서를 하고 글을 쓰는 사람들을 색안경을 끼고 보게 되었다.
어디 사는 누구인지 정확하게 알지도 못하면서, 글을 쓰고 책을 읽는다는 이유 하나로 나도 모르게 경계를 허물어 내 속을 모두 뒤집어 보일지도 모르겠다.
이 나이가 되어서야 겪게 된 이 귀한 경험이 미래의 나를 정말 많이 바꾸어 놓을 것 같다.
새삼 작가님들께 감사하다는 인사를 깊이 고개 숙여 전한다.
그리고 이 브런치를 찾아와 주시고 댓글을 남기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 작가님들께도
그 호의와 사랑과 선의에 고개 숙여 감사들 드립니다.
부디 제 이야기가 조금이라도 마음에 와닿아 당신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이리재 작가님의 브런치입니다.
서두르지 않고 차분하게 마음속으로 깊게 공감하는 작가님의 글과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