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교수님! 잘 지내시나요. 예전에 학교 다닐 때 교수님께서 하셨던 말이 떠올랐어요. 제가 방학 때 유럽 여행을 갈 거라고 하니 교수님께선 남들이 다 하는 관광 말고 저만의 특별한 여행을 하라고 하셨죠. 제가 그동안 남들과 다른 여행을 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제 경험을 특별하게 생각하려고 노력하긴 해요. 이렇게 글을 쓰는 것도 그 노력의 일환이죠.
그런데 정말 별다른 이야기가 떠오르지 않는 여행지들이 있어요. 스페인 남부 여행할 때 들렀다 네르하와 말라가가 그런 곳이에요. 이 아름다운 해안가 도시에서 했던 것이라곤 해변에 드러누워 있다가 맛있는 음식을 먹었던 것뿐이에요.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기도 하고 유럽 교환학생 중이던 친구와도 만났어요.
특별한 경험은 나만의 이야기, 성과 내지는 자산으로까지 이어지죠. 그런데 이상해요. 특별한 경험을 했던 여행은 기억에 많이 남긴 하는데 자연스럽진 않거든요. 내 경험을 이용해 콘텐츠를 만들거나 브랜딩 같은 것을 하려고 하면 더욱 부담스럽고요. 오히려 특별히 인상적인 사건이 없었던 네르하, 말라가에서 저는 가장 편안했어요. 어쩌면 항상 결과물을 만들어내야 하는 삶 속에서 벗어나 그런 평온한 순간을 보낸 것 자체가 특별한 일이었을 수 있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