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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용운 Aug 13. 2022

하나부터 열까지 너무 다른 Y에게

2017.5.4 스페인 세비야의 한 타파스 가게에서


 안녕 Y야! 우리가 친구로 지낸 지 18년째야. 우린 함께 잘 놀다가도 어느 순간 충돌하고 징그럽게 싸우지. 따로 출발했지만 일부러 만나 함께 여행했던 스페인에서도 그랬어.



 세비야에 도착해서까지는 괜찮았던 것 같아.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를 하루 종일 나누고 맛있는 음식도 만들어 먹었지. 세비야에 도착하자마자 타파스 가게에 갔어. 상그리아를 한 잔씩 시키고 타파스 두 접시를 나눠 먹었는데 어찌나 맛있던지 예정과는 다르게 끝도 없이 음식을 더 시켰지. 그런데 그 뒤로 넌 계속 소화가 안 된다고 했고 컨디션이 안 좋아 보였어. 숙소도 달랐는데 연락도 잘 안됐지. 난 내가 계획했던 여행을 진행해야 했고 널 기다리는 시간이 초조해졌어. 결국 여행 마지막 밤에 갈등은 극에 달했지. 그래도 헤어지는 날에는 타파스 가게에서 또 맛있는 술과 음식을 먹고 한국에서 보자며 헤어졌어.



 Y야! 우린 너무 달라. 파타스로 치자면 마치 채식 요리와 튀김 요리, 생선 요리와 소고기 요리가 함께 나온 격이야. 함께하지 않은 시간 동안 서로의 자아는 점점 강해지고 이전과는 많이 달라졌지만, 유년 시절의 기억과 상처를 그대로 가져와서 서로를 대하지. 서로를 지금 이 순간 있는 그대로 인정하려고 노력해야 하는데 쉽지 않아. 그래도 조절 정도는 할 수 있을 것 같아. 때론 애피타이저나 간식처럼 가볍게, 때론 정찬처럼 깊게 관계를 가져갈 수 있지. 그리고 타파스는 원래 술에 벌레나 모래가 들어가지 않게 접시를 술잔 위에 올려놓은 것에서부터 시작되었대. 우리의 차이점이 그동안 서로를 너무 엇나가지 않게 막아주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어. 우린 정말 오랜 관계지만 그날그날 어떤 맛의 조합이 나올지 한 치 앞도 모르는 관계구나.


2022.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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