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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러키승 Feb 16. 2024

숨만 쉬고 살게요. 내 월급으로는

열한 번째 꼰무원들

 공무원 월급이 적다는 것은 모두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그래도 코로나가 오기 전까지는 그냥저냥 아끼면 살만하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최근 미친 물가상승률에 인플레 시대가 오면서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공무원 월급은 오르지 못하고 몇 년간 동결까지 했으니 사기업 친구들과 격차는 더욱 커졌다고 봐야겠죠. 공무원 8년 차 월급의 수령액은 수당포함 270만 원 정도입니다. 요즘 이런 생각 많이 듭니다.  '살기 힘들다. 이 월급으로는.......'


이번 설명절에 당직근무가 있어서 출근을 했어요. 설날이라고 특별히 5천 원의 간식비도 나오더라고요. 같이 근무한 주임님들과 점심값을 아끼고자 간식비 5천 원으로 편의점 도시락을 사 먹기로 합의했죠. 총 6명이 근무하기 때문에 우리에게 주어진 돈은 3만 원! 단 3장으로 6명의 점심을 해결해야 한다는 특명을 가지고 주임님 2명과 씨유로 향했습니다. 다행히 편의점은 우리 편이더라고요? 도시락 4,500원(휴.. 다행이다.) 도시락 3개랑 김밥, 라면, 계란 등을 사가지고 계산대로 갔는데 웬걸! 도시락 기한이 지나서 계산이 안된다는 거예요! 우리들은 서로 눈치만 보면서 사장님께 버리면 아까우니까 그냥 먹겠다고 사정했죠. 구청 공무원들과 잘 아시는 사장님은 유통기한 지난 점심 도시락과 삼각김밥까지 이것저것 챙겨주셨습니다. 츄파츕스 2개는 서비스라고 넣어주셨어요. 우리는 나오면서 개이득 이라며 엄청 뿌듯해했네요.

"주임님 우리 오늘 운 좋네요! 도시락이 도대체 몇 개예요! 츄파츕스도 있어요!! 하하하"

겉으로 이렇게 말했지만 속으로 외쳤어요.

'하..'이렇게 살아야 돼?'  


공무원은 기본급부터가 작디작은 엑스스몰입니다. 기본급이 적으니 각종 수당도 터무니없고 황당하게 책정되어 있는 것이 많아요. 평소 제가 공무원 생활하면서 현타를 주는 수당 몇 가지를 적어볼게요.


현타수당 1_ 급량비(밥값) _ 8,000

근무시간 외 초과근무를 할 때 나오는 저녁값입니다. 한 달에 20번까지 최대 16만 원이 나와요. 그마저도 개인한테 현금으로 지급하지 않고, 근처 식당에다가 선결제를 해놓고 먹어야 합니다. 저는 억지로 가기 싫은 식당에 가서 제 급량비로 밥을 먹어야만 해요. 자기가 초과근무를 한만큼 받기 때문에 개인마다 받는 금액은 다릅니다. 요즘 8천 원짜리 밥이 있나요? 샌드위치랑 커피만 마셔도 8천 원 넘습니다. 도대체 이게 몇 년째 8천 원 인지 모르겠네요.

  

현타수당 2_ 초과근무수당_11,319원(7급 기준)

말 그대로 6시 이후 초과근무를 했을 때 나오는 돈이에요. 공무원 8년 차 저의 시급은 만천 원입니다. 야간에 근무해도, 휴일에 근무해도 똑같습니다. 근로기준법이 적용된다면 연장근무, 야간근무, 휴일근무에는 가산수당이 붙는데 공무원은 그런 게 없습니다. 근로기준법상 노동자가 아니거든요.(그래서 5월 1일 근로자의 날에도 쉬지 않습니다) 24년 최저 시급이 9,860원이라고 하는데 저는 겨우 최저시급은 면했네요.


현타수당 3_ 당직비_60,000원

구청 공무원은 3달에 한번 휴일에 나가서 민원처리를 합니다. 주차단속, 유기견 발견, 공사장 소음 민원 신고가 들어오면 처리하러 밖에 나가기도 하고 민원인을 직접 만나기도 합니다.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근무하는데 점심값 포함 6만 원입니다. 시급으로 따지면 7,500원이네요. 해도 너무합니다.


현타수당 4_선거수당_100,000원

대통령선거, 국회의원선거, 각종 보궐 선거 등에 지자체 공무원들이 동원됩니다. 투표는 새벽 6시에 시작해서 저녁 6시에 끝납니다. 12시간이지만 실제로는 새벽 5시까지 출근해서 투표소 세팅을 해야 하고, 끝나고 저녁 7시 까지는 정리를 해야 하기 때문에 선거일에 14시간을 근무합니다. 그럼 시급은 7,140원이네요? 장난합니까. 올해 총선에서는 얼마를 줄지 모르겠지만 기대는 안되네요.


이외에도 현실과 동떨어진 수당이 많아요. 동료들과 요즘 대화에서 가장 많이 는 말이 있어요

"공사장 알바 힘들지~그래도 우리보다는 많이 벌어."

"배달알바? 그래도 우리보다는 많이 벌어."

"그래도 우리보다는 많이 벌잖아."

누가 무슨 일을 하든 공무원보다는 많이 번다는 자조 섞인 말입니다. 그냥 숨만 쉬고 있어야겠어요. 제 월급으로는....



서울 구청 기준으로 쓴 글입니다. 기관마다 조금씩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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