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味!! 미미!!
중국음식에 자신만만했던 나였는데 일주일 넘게 기름으로 볶고 튀긴 중국음식을 먹자니 슬슬 담백한 음식이 생각났다. 한국에 있을 때는 매일 샐러드나 포케를 먹었는데 중국에서는 찾기가 쉽지 않다. 음식점에 가면 브로콜리나 청경채로 만든 요리는 많지만 모두 기름에 볶았다. 물론 맛있다. 하지만 그래도 조금은 신선한 생야채를 먹고 싶다.
나는 날것을 좋아한다. 생선도 회가 맛있고 야채도 물로 살살 헹구기만 한 생야채가 좋고 사람도 꾸미지 않은 날사람(?)이 나랑 맞는다. 중국에서 생선회 식당도 꽤 있는데 아직은 도전하지 못했고 생야채는 호텔조식을 먹어야 나오니 어디서 날것을 찾을까 고민하다가 찾은 것은 바로 과일이다.
역시 중국의 과일은 싸고 맛있다. 다양해서 골라먹을 수도 있다. 아침마다 잭푸루트, 스타푸르트, 골든베리 등 한국에서 잘 보지 못했던 과일로 하루를 시작하는 건 나에게 낯선 중국에서의 하루를 익숙하게 만들어준다.
며칠 전 시장을 갔다가 길에서 두리안을 봤다. 껍데기를 벗겨서 알맹이만 담겨 있었는데 3덩어리에 40위안(8천 원)으로 아주 저렴한 것 같아 한 상자 숙소로 사 왔다. 냅다 숙소에 데려온 두리안은 이상한 가스냄새로 나를 자극했다.
'나를 빨리 뜯어버려!'라고 소리치는 것 같았다.
포장을 뜯었다.
뚜껑을 여니까 비닐장갑이 들어있었다. 장갑을 조심스레 끼고 제일 커다란 첫 번째 덩어리를 집어 들었다.
'뭐 별거 있겠어? 과일인데'
두리안에 대한 흉흉한 소문을 익히 들었던 터라 살짝 겁도 났지만 묵직하고 물컹한 그 덩어리를 잡는 순간 입맛이 돌지 않을 수 없었다. 마시멜로처럼 물컹한 촉감은 손에 오래 쥐고 있기 힘들게 했다.
'에라 모르겠다' 한입 먹었다.
순간...
美味!! 너 왜 이제야 온 거니... 나에게....
두리안의
물컹한 식감은 긴장되어 있던 감정을 마사지해 준다.
달콤한 맛은 나의 편견을 깨 주는 영혼의 자극이 되었다.
코를 찌르는 냄새는 분산되어 있던 정신을 한 곳으로 모아주는 알람소리 같았다.
두리안이 이렇게 맛있는 과일이었다니! 한 덩어리만 먹으려던 계획에 차질이 빚어졌고 두 번째 덩어리까지 클리어 한 다음 나의 손은 멈췄다. 마지막 덩어리는 내일 아침을 위해 냉장고에 모셔두어야만 했다.
갑자기 중국생활에 자신감이 생겼다! 두리안으로 시작하는 아침은 충만했다. 아침이 충만하니 하루 종일 기분이 좋았다. 그렇게 두리안은 나와 중국과의 벽을 허물어줬다. 그는 나에게 선생이나 다름없다.
과일은 우리에게 비타민과 무기질 같은 영양으로 건강을 선물한다. 그것이 과일의 본질이다. 하지만 나에게 두리안은 중국생활 가이드이자 선생님이다.
나는 이제 두리안 선생을 따라 하루를 시작할 것이다. 든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