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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러키승 Dec 22. 2023

과장님은 무슨 생각을 할까(feat. 공무원 뇌구조)

세번째 꼰무원들


저 사람은 무슨 생각을 할까?


직장에서 하루에도 몇 번씩 드는 생각입니다. 저 사람은 나와 다른 생명체로 태어나 다른 환경에서 자랐으니 근본적으로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상대방의 다름을 받아들이느냐 못하느냐가 사회생활의 열쇠가 아닐까 싶어요. 그 사람이 나를 인정해 주느냐와 상관없이요.


조직 안에서 수많은 사람과 교류하면 나와 맞는 사람과 맞지 않는 사람을 구분하게 되죠. 맞지 않는 사람을 이해하려는 고통(?)을 겪다 보면 그 사람의 머릿속이 궁금해집니다.


공무원은 무슨 생각을 할까요? 공무원도 사람이고 대한민국 국민인데 뭐 별반 다를 게 있겠습니까마는......  사기업과 다른 조직의 문화와 체계 안에서 살짝 차이는 있습니다. 제가 경험하고 있는 조직의 세대별 관심사를 정리해 봤어요. 몇 년 전 유행했던 뇌구조 그림을 인용했습니다.


1. 20대 ~ 30대 중반  <MZ 공무원>

MZ 세대입니다. 공무원 10년 차가 되지 않은 사람들이죠. 아시다시피 자기의 주장을 당당하게 말할 줄 알고 혼자 있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세상의 중심은 나니까요.

그들은 첫 월급 받던 날을 잊지 못합니다. 편의점 알바보다도 못한 월급에 당황... 아니 황당하죠. 하... 월급 실화냐. 두 번째로 당황한 날이 있었는데요. 민원인이 저에게 욕하던 날입니다. 하... 진상들 실화냐. 꿈이기를 바랐지만 모두 실화인 현실을 직면하면 아주 자연스럽게 탈출을 준비하게 됩니다. 재테크에 눈을 돌리고 주말마다 임장을 다니는 동료들도 있죠.



2. 30대 중반 ~ 40대 중반 <낀세대 공무원>

MZ 같은 MZ 아닌 MZ이기도 한 그들입니다. 이분들이 들어온 2005년~2015에는 MZ라는 말이 없었습니다. 공무원 경쟁률도 꽤 빡세서 머리 좋은 고급 인력도 꽤 있죠. 공무원 10년 차 이상 되니 슬슬 현타가 오기 시작합니다. 가치관은 MZ에 가깝고 핸드폰, 키오스크 같은 신문물에 익숙하지만 그렇다고 기성세대를 이해 못 하는 것도 아닙니다. 애매한 포지션에 상사들 눈치 보랴 후배들 단속하랴 고충이 이만저만 아닙니다.  바로 이때 본인의 애매한 이미지를 확고하게 결정하는 분들이 생겨납니다. 일을 열심히 해서 조직에서 승부를 보겠다! 하는 분과 이제 나는 일 안 하고 노는 직원으로 정년까지 가겠다! 하는 분으로 나뉘는데요. 둘 중에 뭘 선택해도 잘리지도 않고 그렇다고 승진에서 밀리는 것도 아니니 본인 가치관대로 결정하면 되는 겁니다. 이분들은 햄버거 속에 양상추 같아요. 고기패티 들러리만 하다가 결국 달콤한 소스에 한 번 더 잊혀지죠. 햄버거에서 양상추가 얼마나 중요합니까.



3. 50대 이상  <그냥 공무원>

모두가 생각하는 공무원입니다. 지금 머릿속에 생각나는 공무원, 바로 이분들이에요. 이분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의전'입니다. 허리를 15도 정도 굽히고 윗사람 졸졸 따라다니는 거요. (도대체 왜 좋아하실까?) 정책사업을 추진할 때도, 예산을 사용할 때도 모든 중심은 의전에 있기 때문에 윗분이 좋아할 만한 결정을 하죠. 젊은 공무원들에게 큰 현타를 주는 때가 바로 이때입니다. 이 일을 왜 해야 하는지, 왜 저 사람을 위해서 예산을 써야 하는지 의문과 의심을 던져 주시거든요. 이미 땡땡하게 굳어진 이분들의 자의식은 누구도 깨뜨리지 못합니다. 이분들이 다 맞아요. 암요. 맞고 말고요. 그중에 의전보다 은퇴를 준비하시는 분들도 소수 분포하고 있습니다. 그냥 이분들이 다 맞습니다. 다 맞아요.



웃기기도 하고 슬프기도 한 현실이죠? 조직에 브레인이 많아질수록 서로 혼란스러워요. 서로의 가치관을 조금이라도 이해하려 노력한다면 사무실이 젊은 세대에게 당황스러운 현실은 아닐 텐데 말이죠. 젊은 세대도 마찬가지고요. 내년에는 조금만 더 과장님을 이해해 봐야겠습니다. 그래야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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