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 꼰무원들
직장 내에서 연애는 조심스럽습니다. 요즘처럼 소문이 삽시간에 퍼지는 세상에서는 더욱 그렇죠. 'A랑 B랑 사귄다더라~ ', '어제 A랑 B랑 몰래 나가는거 봤다~' 남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어디를 가나 있고, 폐쇄적인 조직 안에서 그분들의 입은 매우 바쁘게 움직입니다. 요즘 MZ공무원들은 소문에 크게 연연하진 않습니다만 그래도 타인이 나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게 기분 좋은 일은 아닙니다.
'여자직업으로 공무원이 최고다.' 이런 말 한 번쯤 들어보셨을 거예요. 최근 10년간 여자 공무원의 수는 급격하게 늘어났고 지금은 절대다수가 여자입니다. 기관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서울에 있는 구청은 여인천하예요. 20~40대 직원 성비는 80:20으로 여자가 훨씬 많습니다. 이런 구조에서 남자직원이 기를 못 펼 것 같지만 그렇지는 않습니다. 남자공무원은 희귀템이기 때문에 조직 안에서 굉장히 인기가 많거든요. 업무능력이 떨어져도, 성격이 더러워도, 부정적인 사건을 저질렀어도 '남자'이기 때문에 용서가 되고 '남자'이기 때문에 주요 부서에 배치되죠. 한마디로 '남자'프리미엄이 붙는 거예요. 덩달아 그분들의 콧대는 점점 높아집니다.
허우대 멀쩡하고, 학벌 괜찮다 싶은 남직원은 구청에 들어오자마자 소개팅 주선이 밀려듭니다. 한 번에 8개씩 들어오는 직원도 봤네요. 상대방은 같은 구청 내 여직원이죠. 근데 뭐 굳이 소개팅할 필요가 있나요. 주변에 다 젊고 예쁜 여직원인데요. 그냥 골라 사귀면 되죠. 어쨌거나 예쁘장한 여직원은 희귀템 남직원과 비밀연애를 시작하게 됩니다. 같은 날 연차 내고 놀러 가고, 구내식당에서 마주치면 눈빛 교환도 하고, 비슷한 주제로 공감대도 많으니 아기자기 짜릿한 연애가 가능한 장점이 있습니다. 그래도 소문은 퍼지게 되어 있어요. 사람들이 어떻게 알아내는지 귀신같이 압니다. 이 난관을 극복하고 결혼하느냐 굴복하고 헤어지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그나마 결혼하면 다행이죠. 헤어지면 (여직원에게는) 지옥입니다. 'A랑 B랑 헤어졌다더라~ ' 뒤에서 수군거림도 힘들겠지만, 매일 구내식당에서 마주쳐야 되지, 업무적으로 연락해야 하지, 안 궁금하고 안 물어봐도 주변에서 상대방 근황 알려주지, 멘탈갑이 아닌 이상 돌아버리죠. 이별 이후 둘은 어떻게 될까요? 남직원은 다른 여직원과 또 사귀면 그만이에요. 어차피 여자는 많으니까요. 여직원은요? 다른 여직원과 사귀는 전남친을 보면서 한 번 더 깊은 상처로 울고불고 난리 나는 거죠. 이제는 구청 밖에서 찾겠다고 다짐 또 다짐하며 사랑을 마무리합니다.
경제학에 80:20 법칙이 있습니다. 상위 20%가 전체 생산의 80%를 차지한다는 원칙인데요. 공무원 사회에서는 '젊은 남자 20%가 전체 공무원 결혼의 80%을 차지한다.'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남직원들은 안에서 다 해결하니까요. 여초사회에서는 여자가 저평가받아요. 대체인력이 너무 많거든요. 여자들끼리 질투와 경쟁은 보너스죠. 앞으로 공무원 여초는 더 심해질 텐데 큰일입니다. 남초조직에 어떻게 들어가나요? 상위 20%, 한 번쯤 돼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