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히 하던 브런치 글쓰기를 중단했다. 준비하던 자격증 시험에 올인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였다. 5개월 동안 직장과 수험을 병행하며울고 싶을 만큼 힘들었지만 다행히 시험은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시험이 끝나자마자 어떻게 아셨는지 '일과삶'님의 '내글빛' 시작을 알리는 카톡이 왔다. 한 달만 쉬어갈까 고민하던 차였다.
'그래 바로 시작하지 뭐!'
오랜만에 글을 쓰려고 하니 막막하다고 해야 할까.
뭘 써야 할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이전에 내가 어떻게 글을 써 내려갔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더 큰 문제는 글쓰기에 대한 동기부여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글쓰기에 대한 열정이 없어졌다(원래 없었나?) 그래서 더 쓰기 싫다. 이전에 썼던 '공무원 까는 이야기 <꼰무원들2>'를 다시 써볼까 생각도 했지만 그러면 또 '불평불만'으로 가득 찬 글을 쓰게 될것 같아 망설여졌다. 불평불만의 글을 재치 있고 재밌게 쓸수 있는 날이 올때까지 보류하기로한다.
도와줘요! 일과삶님!
일과삶님은 해결책을 주실 것 같아 도움을 요청했고 '어른의 글쓰기'를 알려주셨다. 글감 40개중 한 개를 선택해서 자유롭게 글을 쓰는 미션이었는데 가볍게 시작하기 좋겠다 싶었다
미션 : 내가 좋아하는 물건으로 나를 소개하기
바나나!
불현듯 바나나가 떠올랐다. 식자재 마트에 가면 제일 먼저 오늘은 바나나가 얼마일까 확인한다. 사무실 책상서랍에, 우리 집 식탁 위에, 스터디카페 사물함 속에 바나나 한두 개씩 꼭 넣어 둔다. 없으면 허전한 짝꿍 같은 존재. 그 아이는 바로 바나나이다
나는 달달한 거 좋아하는 초딩 입맛이다. 당분으로 가득 찬 그 아이를 좋아하는 이유다.
나는 타인을 엄청 많이 신경 쓰는 99.9% F이다. 그 아이는 먹을때 소리도 냄새도 안 나니까 조용히 먹기 딱 좋다.
나는 짠순이이다. 과일 중에 너는 제일 싸니까 좋아.
나는 자기 관리에 관심 가득한 갓생러이다. 과자가 엄청 먹고 싶을 때 입터짐방지용으로 노란색 아이를 만나러 간다. 내 몸은 소중하니까.
작은 과일하나를 선택할 때도 '내'가 들어 있다는 게 새삼 놀랍고 재밌다. 그것이 노랗고 귀여운 바나나라는 것도 흥미 지다. 나는 바나나를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