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서 직면하는 장애물 뛰어넘기
어제는 회식날이었다.
직장생활 10년 차 나는 회식이 아직도 썩 달갑지는 않다. 상사가 따라주는 술을 거부할 수 없어 억지로 마셔야 하는 시간이고, '결혼 언제 하냐 연애는 하냐'는 곤란한 질문에 웃어넘길 수밖에 없는 유쾌하지 않은 자리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맛난 고기와 라면을 '어쩔 수 없는 사유'로 맘껏 먹을 수 있는 치팅데이라는 것에 위안을 삼는다.
이번 회식은 회사 체육대회를 같이 했다. 회식 전에 팀끼리 하고 싶은 체육활동을 한 후 회식장소에 모여 부서 전체회식을 한다. 우리 팀은 다른 팀과 조인해서 볼링을 치러 가기로 했다. 나는 볼링을 한 번도 쳐보지는 않았지만 운동신경이 나쁘지 않다고 스스로(?) 평가하고 있었기에 잘할 거라 믿었다. 초심자의 행운이라는 것도 있으니까.(몇 번이나 스트라이크를 치는 내 모습도 상상했다.)
그런데 어라?
시합을 하다 보니 내가 꼴등이다.
유튜브 보고 자세연습도 하고 공 잡는 법도 익히고 갔는데 몸과 마음이 따로 움직인다.
'힘을 빼야 해!'
'세 번째 화살표로 공을 굴려!'
팀장님의 코칭도 소용이 없다. 잘하려는 마음만 앞서서 심장이 더욱 불안하게 뛰고 몸은 경직된다. 볼링공은 핀을 넘어뜨릴 기회조차 없이 옆으로 빠지기만 했다. 부자연스러운 자세와 표정이 이어지니 점점 지쳐갔다. 나중에는 팀에 민폐를 끼치는 것 같아 부담감이 엄습하고 죄책감마저 들었다. 다행히 팀장님의 선전으로 동점으로 끝나, 팀별 내기에서 시합비를 내지는 않았지만 회식 내내 볼링이 머리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내가 왜 못했을까?
삶에서 직면하는 장애물 뛰어넘기
나는 남들에게 '뭐든지 잘하는 사람'으로 보이고 싶었다. 그래서 안간힘을 썼다. 사람들의 칭찬에 우쭐해하는 내가 머릿속에 어지럽게 꽉 차 있으니 공이 제대로 굴러갈 리 없었다. 볼링을 치는 순간에 집중하지 않고, 있지도 않은 가상의 내 모습에 집착했다. 결국 과정과 결과 모두 내 생각과는 반대로 펼쳐졌다.
늘 그랬다.
뭐든 잘해야 했다. 아니 잘하는 것처럼 보여야 했다. 하지만 딱히 잘한 건 없었다. 다른 사람이 보는 내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내가 매번 마주하는 '삶의 장애물'은 바로 <남들에게 능력 있는 사람으로 보이고 싶은 욕망>인 것이다. 장애물은 온전히 나에게 들어가지 못하게 막고 있었다. 왜곡된 필터가 되어 현재를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게 하고 있었다. 사실 곰곰이 돌아보면 스스로 몰랐던 것도 아니다. 모른척하고 있었을 뿐.
글을 쓰면서 외면했던 나를 또 찾게 된다. 아니 직면하게 된다.
이런 장애물들을 꾸깃꾸깃 쓰레기통에 냅다 버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럼 나는 더 성장할수 있지 않을까? 지금이라도 발견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건 참 행운이다.
'그냥 해보는 연습'을 해야겠다. 경험해 보지 않은 것을 아무 생각없이 해보는 것.
뭐든 힘 빼고 버리는 게 더 큰 것을 얻는 것이라는 진리를 새삼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