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뿐인 인사(공무원 인사발령)
다섯 번째 꼰무원들
매년 1월과 7월은 공무원 정기 인사발령 시즌입니다. 구청이나 주민센터에 공무원은 한 부서에 3년 이상은 못 있어요. 3년 정도 지나면 다른 부서로 옮겨야만 하고 완전히 새로운 업무를 새로 해야 해요.
'공무원은 무능하다'라는 말 한번쯤 들어보셨을 거예요. 순환보직 때문입니다. 3년 정도 같은 일을 반복하며 깊이 있게 업무를 하다 보면 다른 부서로 발령이 나버리거든요. 그럼 그 자리에는 아무 지식이 없는 다른 사람이 옵니다. 주민센터에서 등초본을 떼어주던 사람이 갑자기 구청에 예산파트로 이동을 하게 되는 거죠. 예산에서 '예'가 뭔지도 모르는데 그냥 하는 거예요. 엉망진창이 될 것 같지만 신기하게 조직은 돌아갑니다.
이번주에는 구청에 정기인사가 있었어요. 좋고 편한 자리에 서로 가려고 눈치싸움을 하죠. 저는 작년에 지금 부서에 새로 왔습니다. 서로 하기 싫은 업무는 당연히 새로 온 사람의 몫입니다. 작년 이맘때쯤 제일 골치 아픈 업무를 맡았고 1년 동안 퇴사하고 싶다는 생각만 수백 번을 했네요. 다행히 1년 정도 지나니 안정도 됐고 업무량도 많이 줄어들어 한숨 돌렸다 싶었습니다.
그런데 어제 아침, 갑자기 부서 내 다른 팀으로 가게 됐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러키승 주임 다른 팀으로 배치됐어'
'네? 제가 왜요? 이유가 있어요?
'러키승 주임이 이유가 왜 궁금한데? 왜 물어봐? 여긴 조직이잖아. '
'.............................'
지어낸 대화가 아닙니다. 사실 그대로의 대화예요. 갑작스러운 팀 변경으로 당황한 저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내 자리가 바뀌었는데 그 이유를 물어보는 게 이 조직에서는 죄인가 봅니다. 너 같은 쪼랩은 그냥 하라는 대로 해라. 집에 오는데 버스에서 눈물이 왈칵 쏟아졌습니다. 집에 도착해서는 펑펑 울었네요.
나는 뭘까.
1년 동안 그 고생을 했는데 또 힘든 팀에 배치시키는 이유는 뭘까.
내가 그렇게 만만한 걸까.
그냥 하라면 해야만 하는 걸까.
나를 사람취급은 하는 걸까.
나를 미워하나.
내가 밉보였나.
너네들만 편하면 다냐!
너네는 반드시 벌 받을 거다!
마음의 상처만 남기고 한 해를 마무리합니다. 이것도 성장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야 하는 걸까요. 공무원 생활도 빨리 마무리하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