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에 한 번씩 있는 인사발령이 끝났습니다. 부서가 바뀌고, 자리를 옮기고 서로 낯설어 어색한 분위기가 흐르고 있는 요즘입니다. 처음 보는 사람도 있고, 소문으로만 알던 사람도 있네요. 이제 같은 사무실에서 함께 얼굴 보며 미우나 고우나 그렇게 지내겠지요. 자리를 정하고 2년 넘게 근무할 자기 자리를 정리해야 합니다.
사기업이든 공조직이든 사무실 자리배치는 직급순입니다. 제가 일하고 있는 서울 구청을 예로 들어보면, 각 부서(과) 안에는 4개 정도의 '팀'으로 이루어져 있어요. '팀'도 1번~ 4번 팀까지 중요도에 따라 자리순서가 나뉩니다. 민원여권과 가 있다면 '과' 안에 1번 민원행정팀, 2번 민원처리팀, 3번 가족관계팀, 4번 여권팀 이렇게 나뉘죠. 1번 팀은 과장님과 가장 가까이 배치되어 있고, 4번 팀으로 갈수록 과장님과 멀어집니다. 1번 팀장은 과장님과 친밀한(?)만큼 인사고과도 잘 받게 되죠. '팀' 내에서의 자리는 당연히 팀장이 가장 앞자리에, 막내가 마지막에 앉습니다. 이건 관료제식 조직이라면 어디나 비슷하지 않나 싶어요.
모든 게 서열이 정해져 있네요. 조직체계에서 자리배치까지 차례대로 정해져 있으니 자연스럽게 서열문화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공무원 조직은 대기업만큼 큰 조직입니다. 서울의 자치구는 구청에만 600명, 주민센터에 600명 총 1,200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으니까요. 거대한 유기체를 효율적으로 움직이려면 '순서'가 필요한 거고요.
현재 사무실 자리 배치도
서열문화는 수직적이고 비인간적입니다. 무조건 상급자의 말에 따라야 하고 하급자에게는 냉정하죠. 조직의 마인드가 이러니까 공정과 자유를 좋아하는 젊은 MZ들은 답답함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자리배치를 바꿔보면 유연해질 수 있을까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사기업은 자율좌석제도 있다고 하는데 그건 서로 좋은 자리 차지하려고 눈치싸움할 게 뻔하니까 오히려 별로예요. 저는 아주 급진적으로 그날그날 뽑기를 해서 자리를 정하고 싶어요. '뽑기 자리배정!!' 하지만 불가능하겠죠?
그래서 점진적으로 생각해 봤는데요. 첫 번째는 부서전체가 아닌 '팀 내'에서 매일 자리 뽑기를 하는 거예요. 어제의 팀장자리가 오늘은 저의 자리가 되기도 하고 팀장님이 막내자리에 앉기도 하는 거죠. 저도 햇살 들어오는 창가자리에 앉고 싶다고요. 팀장님도 문쪽에 앉아 보고요. 두 번째는 한 달에 1주일(하루 X) 정도는 과장님이랑 팀장님들만 모아서 옹기종기 앉는 거예요.(직원들은 따로 저 멀리 앉기). 얼마나 좋나요. 일주일 간은 팀원들도 편하고(휴가다!) 팀장들은 서로 이해하는 시간을 가지는 거죠. 자연스럽게 본인 팀원의 소중함도 느끼실 거고요. 그동안 내가 많이 대접받으며 있었구나...
자리배치라가 거 별거 아닌 거 같지만 사람들의 무의식에 많은 영향을 끼칩니다. 매일 앉아야 하고 봐야 하는 사무실에서 서열이 정해지고, 서열이 정해졌으니 타인이나 나에 대한 시선과 기준도 달라지죠.
'뽑기 자리배치'는 물론 현실 불가능한 생각이지만 공무원 조직이 조금이라도 다른 '무언가'를(무엇이라도!) 시도해 보길 바랍니다. '시도'하는 것으로 작은 변화가 생길 거 같거든요. 제발 조금이라도 숨통 트이는 조직이 되길 꿈꿔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