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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러키승 Jan 13. 2024

공사구분 좀 해보자(사조직과 공조직 차이)

일곱 번째 꼰무원들


공무원으로 7년 동안 재직하면서 자주 드는 생각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점점 우물 안 개구리'가 되는구나!

두 번째는 '세상은 벌써 저런 생각을 하고 있네?'

 

두 가지 다 '뒤처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에서 오는 생각입니다. 인공지능, 자율주행, 로봇 공학 같은 기술의 발전으로 사회가 급변하고 있지만 공무원 사회는 평온하고 고요합니다. 물론 국가적 차원에서 사고들 - 코로나, 세월호, 이태원 참사 같은 사건 - 로 인해  조직차원에서 변화는 생기죠. 이태원 참사가 터지고 전에 없었던 인파밀집에 대한 안전업무가 새롭게 생기는 것처럼요. 하지만 공무원 개개인에게 크게 영향은 없습니다. AI가 인간의 직업을 대체한다고 해도, 슈퍼 바이러스가 나라경제를 휘청이게 해도 나는 공무원이거든요. 무슨 일이 있어도 나는 안 잘리거든요.


사기업에 다니는 친구들과 가끔 모임을 가집니다. 그들은 자신의 미래를 위해 새벽에는 영어학원에 다니고 저녁에는 주식공부를 하며 끊임없이 성장합니다. 그들에게 '갓생루틴'은 특별한 게 아닙니다. 그냥 '일상'일뿐이에요. 저도 개인적으로 자기계발을 좋아하는 '자기계발 덕후'인지라, 매일 공부하고 운동도 하는데 그들을 보면 나를 더 채찍질(?) 해야 하나 싶습니다. 기준과 속도가 달라요. 나보다 더 높고 더 빠른 세상을 살고 있네요. 그들은 빠르고 나는 느리다.


공무원 친구들과 모임은 또 다릅니다. 대화 주제부터가 다르거든요. 이번 인사가 어떻다더라. 누구랑 누구랑 사귄다더라. 그 직원 별로라더라.... 주된 포커스가 직장 내 이야기입니다. 이야깃거리가 떨어지면 연애, 결혼 이야기로 이어지죠. 저도 공무원인지라 같이 웃고 떠들고 공감하며 2시간을 보내죠. 나도 공무원이니까요.


어떻게 사는 것이 정답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60세까지 정년보장이 되기 때문에 외부에서 다른 목표를 가질 필요성이 없고, 자신을 갈아 넣으며 시간 쪼개서 자기계발을 하는 게 무의미할 수도 있습니다. 공무원은 서로 경쟁이라는 것도 없거든요. 가만히 있어도 때가 되면 승진하고, 때가 되면 월급도 오르고, 때가 되면 연금도 나옵니다. 이미 세팅되어 있는 '때'를 기다리기만 하면 숟가락을 들지 않아도 밥을 먹여주니까 굳이 내가 숟가락 젓가락까지 들 필요가 있을까요?


인사발령 때가 되면 공무원 사회의 분위기가 더욱 명확하게 보입니다. 가장 선호하는 부서와 자리를 보면 알 수 있어요. '일 없는' 부서가 가장 선호되고, '가장 편한' 자리가 경쟁이 치열합니다. ('경쟁'이 있긴 있네요.). 사기업 친구들이 주요 프로젝트를 맡고 싶어 하고, 승진이나 연봉과 직결되는 치열한 자리를 선호하는 것과는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공무원은 주요 업무를 맡기면 도망치려 하고, 힘든 자리는 '네가 가져가라' 핑퐁 치는 게 당연한 거 거든요. 사기업처럼 보상이 없으니까요. 힘든 자리나 편한 자리나 월급은 똑같고, 승진도 똑같죠. 오히려 일이 많은 자리는 감사원 감사에 잘못하면 징계까지 받게 될 가능성이 커요. 그러니 안 가려 하죠.


강력한 신분보장은 세상 변화에 대처하지 못하게 하고, 낮은 보상체계는 개인의 성장을 막습니다. 잔잔한 물결에 혼자 편하게 둥둥 떠있으니 시선은 안으로만 향하죠. 발전이 없을 수밖에요.

이 글을 처음 쓸 때는 자기계발을 하지 않는 공무원을 비난하려고 했어요. 근데 마무리하려고 보니 공무원 개인의 문제가 아닌 조직 구조의 문제네요. 글을 쓰다가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누구를 비난할 수는 없는 문제였구나! 저는 벌써부터 움직이려 하지 않는 이곳이 너무 숨 막히게 느껴집니다. 우물에서 폴짝 점핑하는 그날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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