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보다는 개인이 중요한 MZ들에게 회사생활은 현타의 연속입니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난다고 요즘은 퇴사 후 창업을 하기도 하고, 유튜브를 하는 친구들도 심심찮게 보입니다. 공무원 조직도 예외는 아닙니다. 1년도 안된 신규직원부터 10년 이상된 중간연차 직원의 의원면직이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아시겠지만(?) 저도 공무원 사회의 보수적이고 꼰대스런 조직문화에 '이게 조직이냐!!'를 외치며 브런치에 글을 쓰고 있는데요. 한 번쯤은, 그래도 한 번은 내가 몸담고 있는 이 조직의 장점을 찾아봐야 하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들었네요.
공무원이라서 좋은 점!몇 주동안 관찰하고 생각하면서 쥐어짜 내어 보았습니다.
공무원은 정년이 보장됩니다. 절대 잘리지 않죠. 60세 까지는 무슨 일이 있어도 먹고살 걱정은 안 해도 됩니다. 아무리 월급이 적고 일이 힘들다고 하지만 정년보장이라는 무기는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안정제와 같습니다. 미래가 불안하지가 않습니다. 미래걱정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오늘 하루 잘 때우며 살면 됩니다. 그래서 일까요? 매일 술을 마시는 공무원들이 많습니다. '저 정도면 중독 아닌가?' 싶을 정도로 술 좋아하시는 팀 과장들이 정말 많아요. '공무원들은 왜 이렇게 술을 좋아할까?'라는 의문이 있었는데 '내일에 대한 걱정'이 필요 없기 때문이지 않나 싶습니다.
공무원은 연차사용이 비교적 자유롭습니다. 6년 이상 재직한 공무원은 1년에 21일의 연차를 받습니다. 21일 범위 내에서 조퇴도 하고 휴가도 갑니다. 팀장님이나 과장님 눈치 안 보고 연차를 낼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네요. 물론 자신의 업무에 지장이 없는 범위에서 허용되겠지요. 아플 때는 6일의 병가도 있고, 10년 이상 장기 재직하는 경우에는 10일, 20년 이상은 20일의 휴가도 추가로 주어집니다. 연차 쓴다고 뭐라고 하는 드라큘라 과장들이 있긴 하지만 대부분은 허용하는 분위기네요. 보수적인 조직인데 신기하죠?
가장 강력한 장점은 휴직제도입니다. 대표적으로 육아휴직이 있습니다. 남자 공무원들도 육아휴직은 대부분사용합니다. 육아휴직 기간 동안 임금도 100% 나오기 때문에 '안 쓰면 손해'라는 분위기 거든요. 육아휴직 외에도 질병휴직, 유학휴직, 자기계발 휴직 등이 있는데요. 육아휴직 외의 휴직들은 조직에서 '찍힐' 각오를 하고 써야 합니다. 질병휴직을 쓰면 '쟤는 아픈 애니까...' 유학휴직이나 자기계발 휴직을 쓰면 '쟤는 일하기 싫어서 도망간 애니까...'라는 평판이 평생 따라다닙니다. 눈치 보느라 많이 사용하지는 못합니다. 인사팀에서도 꺼려하고요. 하지만 요즘엔 우울증으로 질병휴직도 꽤 내고 자기계발 휴직을 하는 직원들도 종종 있습니다. 조금씩 변화하고 있네요.
마지막으로 공무원 개인 성향을 들 수 있는데, 안정적인 조직이다 보니 아무래도 얌전하고 순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한마디로 '말 잘 듣는' 사람들이죠. 그래서 직원들 간 크게 싸우거나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거친 사람이 없다고 해야 하나. 늑대 같은 사람이 들어와도 순한 양 떼 무리에서 착해(?) 집니다. 그래서 더 조직의 변화가 더디지 않나 싶네요.
이렇게 보니까 꽤 큰 장점들이네요. 물론 장점이 어떤 면에서는 단점이 되기도 하겠지요. 그래도 이 장점들을 잘 활용한다면 조직생활이 좀 더 수월해질 것입니다. 조직이 개인에게 주는 보상이니까요. 보상을 내가 받을 수 있다면 조직에서 억울하다는 느낌은 줄어들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