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simjae
폐경기
질척하고 어둑한 갱 속으로 발자국이 무례하게 들어선다
구름장 밑으로 얇은 얼음이 한 잎 깔렸다
개구리 등처럼 사느란 경칩하늘에서 우지끈 우박이 들이친다
갱목 부러지는 소리, 비밀하게 닫혔던 방 문고리 달그닥대는 소리
어디서가 댓잎들 스스스 몸 부비는 소리, 아침나절의 정사처럼
수런수런 들리는데
휑한 갱도마다 바람은 구릉을 짓고 시누대 아래에는 벌써 자분자분
우박 섞인 적설이 깔렸다
폐염전에 피었던 소금꽃이다
꽃 벙그는 소리, 새 지저귀는 소리도 들리지 않는
아이들도 다 자라서 떠난 빈 소금밭에 소금꽃이 서럽다
내 안의 구석구석이
늙은 짐승이 몰아쉬는 숨처럼 꺼칠하고 참담하다
닳은 문고리 떨어지는 소리 초음파 페이퍼에 흑백으로 복사된
갱도 입구에는
아직 물이 덜 든 감잎들 여기저기 떨어져 뒹굴고,
이제 갱목들 틈으로 물 흐르는 소리 들리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