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simjae
꽃 지다
새들은 새들의 언어로 서로를 부른다
새가 새를 부르고 새가 새에게 대답하는 소리에
귀 먹었던 적 있다
왼손으로 제 멱살을 거머쥐고 오른손에는 권총을 움켜쥐고
내 사랑을 위하여! 딱, 큰 은행 한 번 털고 싶다
던,
사랑한다사랑한다, 멀리서 우는 천둥으로
가까이서 맞부딪는 낙뢰로
우르르 쾅쾅 번쩍 눈멀고 귀먹고 암흑이던
그때마다 꽃 졌다 아직 지는 꽃 있다
새가 새를 부르고 새가 새에게 대답하는 새 울음소리 같은
새들의 강江이
몸 아래로 흐른다 갈비뼈가 젖는다
몸이 몸을 부르고 몸이 몸에게 대답하는 소리에
깜박 눈멀었던
목이 긴 짐승의 목 메인 울음소리……
여자가 엎드려 있다, 달빛이 여자 위로 쏟아지고 달빛보다 희게
여자가 지금 진다
꽃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