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mjae
꽃물빛 반달
반월역에 가면 반달이 뜬다
보름이 되어도 그믐이 되어도 반달밖에 없는 반월에는 반달이 뜬다
슬리퍼 밖으로 꿰어져 나온 내 발톱에도
봉숭아 꽃물 빛 반달이 떴다
길바닥에서 계단으로, 계단에서 통로로, 통로에서 플랫폼으로
발가락들 투명한 반달무늬를 찍으며
상록수역 지나 정왕역 지나 오이도 바닷가에 와서
저물고 있는 둑방길을 걷는다
새들은 줄을 서서 허공을 건너고 어지럽게 발자국 찍혀있는
둑방 끝,
절벽으로 일어 선 제 등짝을 치며 바다는 파랗게
부서진다
나는 그만 길을 내려선다
저만치 눈앞에 반월역이 보이고 휘황한 불빛에 엎드린 시가지 속에
반달이 숨어든다
휘청, 헛딛는 발바닥이 아프다
달빛에 찔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