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simjae
무덤에도 색깔이 있다
직산역에 내려 논둑길을 걷는다
길 끝에 닿으면 둥글게 둘러앉은 자작나무들 틀림없는 봉분이다
봉분 속에는 살을 벗은 뼈마디들 달그닥거리며 뼈들끼리 위로한다
길의 끝에 서면 무덤 속도 따뜻하다
절망도 힘이 된다
건너다보이는 고물상의 폐상자 더미
또한 빛나는 무덤이다
납작하게 접힌 델몬트 상자, 이파리 한 잎도 없는 초록매실 상자, 잔뜩 등 구부러져 있는 새우깡 상자, 고춧가루 범벅 진 신라면 상자,
포개고 덧 포개진 무덤에서 나를 내다보는 눈빛 있다
너는 얼마나 단단하게 닫혔는가
너는 왜 여태 이파리 하나 피우지 못하는가
어쩌다가 구부러지고 제 몸 질끈 부러뜨려 범벅인가
묻고 대답하는 소리가 다 무덤이다
휜 등이 서러운 내가 무덤을 끌며 폐상자 더미 아래를 걷는다
직산역이 여기서 멀고
길 위에다 나는 또 나를 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