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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재 Oct 24. 2024

최북의 눈에 내리는 비

-by simjae



  최북의 눈에 내리는 비                    


  유현숙



  조선 화가 최북은 제 눈을 찔렀다 고흐는 제 귀를 잘랐다 종신형을 살던 도니 존슨은 초콜릿을 개어 그림을 그렸다

  폭풍설에 묻히는 산골의 긴 밤을 아이와 함께 걷는 풍설야귀인을    

  잘린 귀의 자화상을

  초콜릿이 풀어 낸 제 바닥의 색채를 그렸다 

  폭염을 걷던 어느 화가는 낯선 커피점에서 커피액을 찍어 그림을 그리고 있다     


  암흑이건 소리 밖이건 갇힌 감옥이건 커피점이건 누군가 고독한 손길로 붓질을 하는 곳에는 빗소리가 들린다 

  해수관음이 바라보는 그 바다에서 범종이 운다

  종소리가 사라진 다음의 적막과 적막이 우는 공명이 있다     


  빗소리를 들으며 나는 단풍나무 숲길에 앉아 석류를 쪼깬다 붉게 물 든 손가락을 본다 

  손가락이 붉어지는 동안 


  최북이 찌른 한 눈을 생각하고 한 귀가 잘린 고흐를 생각하고 도니 존슨의 감옥과 초콜릿을 생각한다 그리고     

  어느 화가가 있는 작은 도시의 비 내리는 가을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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