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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재 Oct 23. 2024

폐경기

-simjae



  폐경기          


  유현숙


 질척하고 어둑한 갱 속으로 발자국이 무례하게 들어선다

 구름장 밑으로 얇은 얼음이 한 잎 깔렸다

 개구리 등처럼 사느란 경칩하늘에서 우지끈 우박이 들이친다


 갱목 부러지는 소리, 비밀하게 닫혔던 방 문고리 달그닥대는 소리

 어디서가 댓잎들 스스스 몸 부비는 소리, 아침나절의 정사처럼

 수런수런 들리는데

 휑한 갱도마다 바람은 구릉을 짓고 시누대 아래에는 벌써 자분자분

 우박 섞인 적설이 깔렸다

 폐염전에 피었던 소금꽃이다

 꽃 벙그는 소리, 새 지저귀는 소리도 들리지 않는 

 아이들도 다 자라서 떠난 빈 소금밭에 소금꽃이 서럽다


 내 안의 구석구석이

 늙은 짐승이 몰아쉬는 숨처럼 꺼칠하고 참담하다

 닳은 문고리 떨어지는 소리 초음파 페이퍼에 흑백으로 복사된

 갱도 입구에는

 아직 물이 덜 든 감잎들 여기저기 떨어져 뒹굴고,   

  

 이제 갱목들 틈으로 물 흐르는 소리 들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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