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simjae
신열身熱
유현숙
내 등짝에 몇 줄기 조바심이 뻗어 있다
창밖으로는 싸락눈이 날렸고 마음 밖 먼 산그늘 아래에서는
산수유가 터졌다
이웃들은 내 몸 안으로 만개한 목련, 철쭉, 벚꽃들을 디밀었지만
몇 달 동안 나는 시를 쓰지 못했다
기껏 몇 권의 책을 읽었고 몸 바닥에 꽂히는 짱짱한 꼴림에
진저리를 치는 동안
환장할! 봄꽃들 일제히 피었다 허물어졌고
나는 아팠고,
조바심은 내 등짝에다가 한 획씩 날선 문자를 새겨갔다
흐린 날 내리는 눈처럼 신열 오르고
파인 획마다
산수유 꽃물 흥건히 괸다. 기대어,
꽃물 젖은 등짝을 담장에다 눌러 찍는 늦저녁
누구인가 담장 아래서 마른기침을 뱉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