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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재 Oct 23. 2024

신열

-by simjae



신열身熱               


유현숙



내 등짝에 몇 줄기 조바심이 뻗어 있다     


창밖으로는 싸락눈이 날렸고 마음 밖 먼 산그늘 아래에서는 

산수유가 터졌다

이웃들은 내 몸 안으로 만개한 목련, 철쭉, 벚꽃들을 디밀었지만

몇 달 동안 나는 시를 쓰지 못했다

기껏 몇 권의 책을 읽었고 몸 바닥에 꽂히는 짱짱한 꼴림에 

진저리를 치는 동안 

환장할! 봄꽃들 일제히 피었다 허물어졌고     


나는 아팠고,    

 

조바심은 내 등짝에다가 한 획씩 날선 문자를 새겨갔다

흐린 날 내리는 눈처럼 신열 오르고 

파인 획마다 

산수유 꽃물 흥건히 괸다. 기대어, 

꽃물 젖은 등짝을 담장에다 눌러 찍는 늦저녁     


누구인가 담장 아래서 마른기침을 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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