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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진 보물, 발랑안 비치

아들이 최고로 꼽은 해변

by 위혜정

발랑안 비치(Balangan beach)는 현지 호텔 직원에게 추천을 받아서 간 곳이다. 여행객들로 붐비지 않는 곳이라며 강하게 어필을 해준 장소로, 마침 한국인이 없는 한적한 해변을 찾던 중이라 반가운 마음에 일말의 고민 없이 여행 일정을 잡았다. 택시 운전기사 역시 인정한 환상의 해변으로 로컬 분위기를 흠씬 느낄 수 있는 숨겨진 보물과 같은 곳이었다. 앞서 방문한 짐바란 해변 남쪽에 위치하며 중급 서핑자들이 많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발랑안 비치는 내륙에서 해변으로의 접근성이 그리 좋지는 않다. 좁은 길로 로컬 식당 몇 개를 지나 걸어가다 보면 바다로 연결되는 통로가 한 군데 있는데 바로 계단이다. 확트인 해변을 멀리서부터 눈에 담으며 맞이하는 해변이라기보다는 '여기에 바다가 있긴 한 거야?' 하는 의심을 코로 들어오는 바다 내음으로 지워가며 찾아가는, 숨겨진 장소다. 해변에 닿은 가파른 계단 역시 낮은 개방성 한몫한다. 걸음마를 시작한 아이들이 직접 내려가가는 힘들 듯하며 파도의 출렁임만으로도 가만히 떠있던 몸이 쓸려가는 물결의 힘을 느낄 수 있다. 이래서 중급 서퍼들이 찾는 곳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좁은 계단을 내려가니 왼쪽으로는 서핑 장비 렌털숍과 썬베드가, 오른쪽으로는 로컬 식당 하나와 절벽이 이룬 기막힌 광경이 펼쳐진다. 절벽 위에는 관광객들이 옹기종기 모여 아래로 펼쳐진 장관을 내려다보는 것이 보인다. 인생샷을 찍기 위한 포토존이 있는 듯하다. 절벽 끝에 앉아 눈부신 자연을 눈과 가슴에 담는 아슬아슬한 장면도 포착된다.

아무렇게나 찍어도 예술이 되는 사진, 천국이 따로 없다. 아들은 한참을 모래 놀이와 해변 생물 관찰 등을 하다가 물결에 쓸려가는 수영 맛에 폭 빠진다.


"지금까지 가본 바다 중에 어디가 가장 좋았어?"

"여기요! 파도 수영하는 게 재미있어요."


절벽 근처의 맑은 물에 몸을 담그고 있으면 파도의 물살에 모래사장까지 몸이 떠밀려 오는 재미가 일품이다. 꺄악 소리를 지르며 파도 수영을 즐기는 것이 최고였던 모양이다. 오후가 되니 예쁜 드레스와 턱시도를 입고 사진을 찍는 커플들이 하나 둘 보인다. 역시, 현지인들이 꼽는 아름다운 해변이 맞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돌아올 때 택시 기사에게 물어봤더니 근처에 예식장이 있다고 한다. 사진 기사를 동반한 무리만 하루에 세네 커플을 감상했다.

저녁노을도 감상하고 로컬 식당에서 몸도 씻고 밥도 먹고... 발리에서 또 하나의 보석 같은 바다를 만났다. 십 년 전, 남편과 발리에 왔을 때도 택시 기사에게 물어 관광객의 인파가 드문 로컬 명소인 해변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냈던 기억이 있다. 모두가 찾는 인기 지역 방문도 좋지만, 이렇게 숨겨진 보물을 찾는 재미를 한 번쯤 끼워 넣는 것도 진정한 여행의 맛이 아닐까 싶다. 아들이 최고의 해변으로 꼽은 곳, 발랑안 해변에 꼭 가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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