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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맘에 쏙~워터봄 발리(Waterbom Bali)

반드시 챙겨야 할 항목들

by 위혜정

바다 수영에 살짝 변주를 주고 싶을 때, 오픈된 공간이 아니라 경계가 있는 안전망 내에서 수영에 슬라이드의 재미까지 얹어 뽐뿌질 해주고 싶을 때, 선택은 단연 워터 파크이다. 물론, 한국에서도 경험할 수 있는 물놀이 동산이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워터파크 내의 풍경, 이용객, 인구 밀도가 차이가 있기에 경험치도 다르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다. 아들 역시 여행지 만족도가 상위를 차지할 정도로 워터봄 발리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워터봄 발리는 꾸타 비치에서 가깝다. 입장권은 모바일 액티비티 예약 플랫폼인 Klook을 통해 미리 예매하고 가면 편하다.

워터봄 발리 위치

오전 9시 오픈런을 위해 부리나케 호텔 조식을 챙겨 먹고 택시에 몸을 실었다. 아이를 모시고 일찍 움직이려면 여간 부지런을 떨어야 하는 게 아니다. 그 덕분인지 입장하는 순간부터 여기가 그렇게 인기 있는 장소인가를 의심할 정도의 한산함을 느꼈다. 슬라이드, 물놀이 기구 등을 원하는 대로 바로 탈 수 있을 정도로 사람이 없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인원이 점점 늘어나 어느 순간 대기 시간이 생겨난다. 그래도 오후 늦게 까지 슬라이드를 타는데 한국만큼 1~2시간씩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비교적 이곳의 이용객 인구밀도는 비교적 낮다. 첫 번째 여행팁! 기다리는 사람 없이 타려면 오픈런으로 타고 싶은 기구를 마음껏 타고 그 후에 풀장에서 여유로운 수영을 하는 것이 영리한 활동 순서이다. 처음에는 무섭다고 슬라이드를 피하던 아들 녀석도 한번 맛보더니 재미있다고 난리다.

워터봄 내의 자연 친화적인 풀장
다람쥐가 함께 뛰노는 전경

워터봄 곳곳에 동남아의 정취가 가득 배어있다. 울창한 삼림이 인공으로만 조성되어 있는 줄 알았는데 여기저기서 출몰하는 다람쥐 떼들만 봐도 자연 친화적인 공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풀장 내에도 단아한 다섯 장의 하얀 꽃잎 중앙에 노란 빛깔이 살포시 물들어있는 프란지파니(Frangi pani)와 예쁜 노란빛 나뭇잎들이 둥둥 떠다닌다. 풀장 옆으로 빼곡히 서있는 나무들이 아름다운 자연의 선물을 여기저기 던져준 듯하다. 아들은 수영을 하면서 엄마에게 예쁜 꽃을 선물하겠다고 떠있는 자연을 모아주는 재미에 폭 빠져든다.

바다에서 서핑 수업을 한번 받더니 과감하게 서핑 라이더도 도전해 보겠다고 선언한다. 급한 물살에 뒤로 쓸려나가는 것만 봐도 겁나는 실내 수상 활동인데 경험치가 쌓여서인지 용기가 붙은 모양이다. 현지 강사가 옆에 붙어서 시범도 보여주고 유쾌하게 잘 가르쳐 준다. 그의 말을 경청하며 하라는 데로 제법 자세를 잡는다. 재미있게 즐기다가 막판에 두 번 정도 물살에 휩쓸려 가더니 "엄마 저 죽을 뻔했어요!" 하며 활동을 마무리한다.

배가 출출해져서 점심을 먹는데 요 녀석은 여기까지 와서 햄버거 타령이다. 나시고랭과 햄버거를 이국적인 풍경을 감상하며 폭풍 흡입했다. 물놀이를 하니 배가 금방 꺼지는 건 당연하다. 팝콘도 먹고 젤리또도 먹고... 샛길로 빠져나간 활동 후에는 언제나 깔때기처럼 다시 풀장으로 돌아간다.

풀장에서 수영을 하던 중, 아들 또래의 외국인 여자 아이가 함께 놀자고 먼저 다가왔다. 엄마랑 노는 게, 혹은 홀로 수영이 지루했던지 아들은 냉큼 기회를 포착하고 친구와 함께 물속에서 신이 났다. 놀아줄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 자체가 엄마에겐 참으로 큰 쉼과 안식이다. 아이들은 국적이 달라도 '노는 재미'라는 공통점 하나로 찰떡궁합이 되어 시간을 꽉 채워간다. 친구에게 물안경 없이 눈을 뜨고 잠수하는 법을 배웠다며 신났다. 귀엽게도 둘은 부모의 허락 없이 내일 꾸따 비치에서 10시에 만나기로 약속까지 잡는다. 푸하하 우정과 사랑은 국경이 없는 것인가?




아뿔싸. 방수팩에서 물 안팎으로 열일했던 핸드폰 배터리가 방전이 되어간다. 충전지도 가져오지 않은 상태에서 핸드폰이 없는 상황을 가정해 보니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 워터봄 발리가 꾸따 비치와 가까워서 저녁 식사는 해변가에서 해결하려 했는데 비상이 걸렸다. 핸드폰 없이는 그랩으로 택시를 잡아 호텔로 돌아갈 수도 없으니 빠르게 샤워까지 하고 돌아가는 것이 긴급 미션이 되어버렸다. 아들 혼자 어떻게 샤워장에 혼자 보내나 걱정했는데 널찍한 화장실 내에 샤워 공간이 칸칸이 하나씩 분리되어있어서 여자 화장실 입구 쪽에서 샤워장으로 후다닥 직행하여 개별 칸에서 함께 씻을 수 있다. 배터리 20%의 핸드폰 수명을 걱정하며 쾌속 샤워 후 택시부터 잡았다. 어찌나 긴박했는지.


두 번째 여행팁! 호텔에서 나온 장거리 여행을 할 때는 반드시 충전지를 챙겨야 한다. 특히 외국 여행 시 예약, 지도, 택시, 사진기 모두 핸드폰 없이는 할 수 있는 것에 제약이 걸려버린다. 말 그대로 발목이 묶여버릴 수 있다. 스마트한 세상에서 스마트하지 못한 대처로 급히 호텔행 택시에 몸을 실어야 하다니. 이날 이후, 호텔을 나서기 전부터는 충천지를 꼭 챙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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