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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들의 섬 발리, 판다와 비치

루스터피시(Roosterfish) 비치 클럽

by 위혜정

건강이 돌아왔다. 회복하자마자 바로 비치클럽의 아름다움을 경험했다. 발리의 해변은 전 세계 사람들의 사랑을 받 있다. 그중에서도 해변 근처에서 마음껏 수영할 수 있도록 조성해 놓은 비치클럽은 아이들의 천국이다. [발리 비치클럽]을 구글링 해보니 어디를 선택해야 좋을지 모를 정도로 각각의 매력을 뽐내는 장소가 한 두 곳이 아니다. 과연 발리는 '해변'이라는 천혜의 자연을 마음껏 누리고 있는 섬이다. 그중에 남부 판다와 비치로 향했다. 유명한 꾸따 비치의 경우, 관광객들로 붐비고, 로컬 상인들의 호객 행위들에 바다 역시 그리 깨끗하지 않아서 아들과 함께하는 여행지 옵션에서는 제외했다.

판다와 비치

판다와 비치와 접해 있는 남부 지역의 루스터피시(Roosterfish)는 르네상스 발리 울루와뚜 리조트에서 운영하는 곳으로 도로포장이 잘 되어있고 교통 접근성이 좋다. 특히나 아이들에게 안성맞춤인 곳이다. 절벽을 바라보며 해변 발을 담글 수도 있고, 해변을 바라본 풀장 안에서 안전하게 수영을 할 수 있도록 잘 조성되어 있다. 아들은 이곳에서 맛있는 식사와 저녁 수영의 낭만을 즐기며 꽉 찬 시간을 보냈다.

호텔로 돌아가는 길에 비치클럽 바로 앞, 깎아지른 절벽 안에 나란히 자리하고 있는 신상을 다시 마주했다. 힌두교가 지배적인 발리에서는 어딜 가나 소규모의 사원들과 석상 신상들이 즐비해 있. 크고 작은 사원이 2만 개가 있다고 하며 각 가정에도 사당이 있어 그야말로 신들이 일상을 지배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보기 드문 낯선 풍경이며 외국인이자 이교도로서 느끼는 이질감이 상당히 큰 부분이기도 하다. 현지인들에게 물어보니 힌두교도들은 하루 세 번 기도하는 것이 일상이라고 한다. 어떤 이들은 하루 세 번 생쌀을 물에 묻혀서 이마에 인디처럼 붙이고 있다. 어떤 이들은 귀 양옆에 빨간 꽃을 꽂고 있다. 물어봤더니 기도 의식이라고 하며 특정 기간, 혹은 매일 같이 그렇게 한다고 한다. 부지런하게 안녕을 기원하는 그들의 성실함 하나는 배워야 할 것 같다.

거리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차낭사리는 비치클럽을 비롯하여 관광지 여기저기서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차낭사리는 바나나 잎으로 만든 사각 접시 모양 안에 알록달록한 꽃과 과자를 넣고 향을 피운 일종의 제사용품이라고 볼 수 있다. 각양각색의 알록달록함 물론 바구니에 담긴 내용물도 조금씩 다르다. 어두운 잿빛 석조 건물들과 길바닥 여기저기에서 또렷한 색감으로 존재감을 드러나는 차낭사리가 예쁘기도 하도 신기하여 볼 때마다 사진으로 찍어 남겼다. 하루 세 번씩이나 무엇을 그리 간절하게 바라고 비는지 궁금증이 몰려온다.


마침 가게 앞에서 아침 일찍 제를 드리는 점원들의 모습을 포착할 수 있었다. 차낭사리를 쟁반에 가득 운반하여 들고 나와서 제단에 놓은 후 향을 피우고, 물을 뿌 후 간단하게 중얼거리며 기도를 한다. 그러고 나서는 또 다른 하나를 길바닥에도 놓고 향을 피운다. 곧이어 다른 가게의 또 다른 점원도 나와서 동일한 루틴으로 신에게 의식을 올린다. 매일 아침마다 차낭사리를 정갈하게 준비하여 신에게 예를 갖추는 모습이 너무도 당연해 보였다. 이슬람교나 힌두교 모두 매일 같이 종교의식을 꼬박 지켜내는 충성심 하나만큼은 제대로 치하받아야 할 것 같다.

거리 곳곳의 차낭사리
오전, 상점 직원들이 제사 의식


'신들의 섬'으로 불리는 발리는 그 명성답게 석상, 제사 의식 발리인의 일상 속에 깊이 스며들어 있다. 인도네시아의 90%가 이슬람교이지만 특이하게 발리섬에는 90% 이상이 발리 힌두교(인도의 힌두교와 다른 발리의 토착 애니미즘과 대승 불교의 융합형)를 따른다. 역사적인 영향 때문이다. 그들의 일상을 지배하고 있 것이 종교라서 그래서인지, 개인적인 선입견 때문인지, 관광객들을 상대해야 하는 서비스 업종이 대다수라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발리인들에게 악의 그늘은 깊지 않아 보인다. 그냥 순수하고 친절한 듯 하다. 그래서 점점 안전한 여행지지라는 믿음으로 발리에 빠져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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