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원전수 방류 때문에 우리 나라에서는 좀 그렇고 저 멀리 해외에서 소원 성취해줄게."
너무 예민하게 군다고 하지만, 일본의 원전수 방류 이후 결단을 했다. 해산물 섭취 및 바다 수영은 엄격하게 제한하기로.언론에서 잠깐 떠들석 하더니 어느 순간 자취를 감춰 버린 일본의 만행, 오히려 구린 냄새를 풍긴다. 얼마나 통제를 했으면 호들갑을 떨고도 남을 방류수에 대한 글이 싸그리 자취를 감추었을까. 지금 당장 눈에 보이는 위험이 없다고 해서 먼 미래에 축적될 부작용을 방심할 수 없다. 기성세대인 우리야 살만큼 살아서 상관없으나 아직 어린 아이를 위해서 경계를 늦추지 않기로 남편과 동의했다. 아직 태평양 바다는 괜찮겠거니 희망론을 가지고 오염수가 순환되어 지구 전체가 오염되기 전, 더 늦기 전에 바다 수영의 추억은 만들어 줘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누사 렘봉안 섬의 길에 핀 꽃
스노클링 투어를 예약하고 아침 일찍이 픽업 택시를 기다렸다.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어느 곳에서나 느긋하다. 아이는 밥도 제대로 못 먹이고 일어나자 마자 7시 전부터 준비시켜 호텔 로비에서 기다리는 부산을 떨었는데 정작 기사는 약속시간을 지키지도 않고 느긋하게 나타난다. 여행이 결렬되나 걱정까지 했는데 뒤늦게 나타난 순박하고 선량한 아저씨의 미소에 안전하게 데려다 주면 됬지 하며 넉넉함을 가져 본다.
누사 렘봉안 섬에서의 스노클링. 아침에 눈뜨는 것이 힘들어 안가겠다고 했던 녀석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찐으로 즐긴다. 가이드는 유일한 어린 고객이 신나서 내는 요란한 돌고래 소리에 깔깔 거리며 이것저것 챙겨준다. 물고기에게 먹이 주는 법, 거북이 발견, 물고기 이름 알려 주기, 심지어 불가사리까지 잡아서 만질 수 있도록 챙겨준다. 엄마는 세상 집중하며 바다에 머리를 담그고 올라올 줄 모르는 아이가 물결 따라 흘러가 버릴 까봐 따라 다니며 잡아 당기느라고 바쁘다. 나중에 온 몸이 뻑쩍 지근한 근육통이 국제 미아 방지를 위해 애쓴 훈장처럼 밀려온다.
스노클링
세 군데의 스노클링 포인트 중, 두번째 장소에서 심각한 바다 오염을 경험했다. 바다 곳곳에 떠다니는 쓰레기와 함께 어쩌다 깨끗했을 바다가 이 지경이 되었는지 가슴앓이를 할 정도 였다. 요거트 병, 플라스틱, 비닐이 여기저기서 출몰하는 것이 하루 이틀 쌓인 양이 아니다. 드넓은 바다의 물결에 쓸려가지 못할 정도인 것을 보면 그 양이 어마무지할 것이라는 추정치가 나온다. 지저분한 물 한 가운데서 마음이 불편하여 스노클링을 제대로 하지도 못했다.
점심 식사후 맹스로브 숲 투어
그래도 다행인건 이렇게 아름다운 에메랄드 빛 바다가 남아있다. 가슴을 쓸어 내리며 눈에 담고 가슴에 담았다. 스노클링 후 맹그로브 숲 투어와 루사 렘봉안 섬의 여러 지역을 돌아보는 투어가 계속되었다. 타이밍 절묘하게 우리처럼 여행 온 엄마와 아들을 만났다. 아들 둘이 동갑내기 외동이다. 말이 고팠던 두 수다쟁이들은 절친이 되어 신나게 함께 다닌다.
누사 렘봉안 섬의 에메랄드빛 바다
"너 아빠는 왜 안오셨어?"
"응, 엄마랑 싸워서 따로 살아."
"왜 따로 살아?"
"자꾸 싸워서 이혼했어."
"뭐 때문에 싸워?"
살짝 민망한 둘의 대화에서 아이의 세계에서는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어른의 세계를 본다. 아무리 끼워 맞춰도 해결되지 않는 또 다른 세상에서도 색안경끼지 않고 행복할 두 아이의 미래를 축복해주고 싶다. 그림 같은 바다 앞에서 함께 그네를 팄던 뒷모습이 즐거운 여행지의 추억으로 기억되길 바란다.나 역시 아이 엄마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지루하지 않은 하루를 보냈다. 타국의 여행지에서 우리와 합동으로 포개어 질 수 있는 일행을 선물처럼 보내어 주셔서 감사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