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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꾸옥 남부 해변

프라이빗 비치

by 위혜정

습관의 폭압에서 벗어나기 위해 여행을 한다고 했던가. 푸꾸옥의 해변 앞에 서면 모든 것을 거슬러 시간이 멈춰 선 듯하다. 시끄러운 세상의 소리, 분주한 업무 속 질주, 매일 챙겨야 하는 각종 일상의 뒤처리 등에서 빠져나와 그저 아무 생각 없이 지금을 느끼고, 하고 싶은 걸 하면서 가족과 시간의 흐름에 몸을 맡기고 꿈같은 세계에 둥둥 떠있는 그런 기분이다. 유럽인들이 왜 1달의 꿀맛 여행을 위해 1년을 열심히 일하는 지를 이해할 수 있다.



푸꾸옥은 작은 섬인 만큼 조금만 나가도 바다를 만날 수 있다. 해안선을 따라 아름다운 해변들이 펼쳐지지만 무엇보다 프라이빗 해변이냐 아니냐에 따라 바다의 관리 정도와 수준이 달라진다고 한다. 이번 여행에서 호텔 프라이빗 비치들이 워낙 좋아서 발리에서처럼 여기저기 바다를 찾아다닐 필요가 없었다. 경험했던 두 개의 남부 해변을 소개한다.




1. 남동부 캠비치(Khem beach)



캠비치는 푸꾸옥 남동부에 위치한 프라이빗 비치이다.

가드 한 명이 상주하며 매의 눈으로 호텔 투숙객임을 확인하는, 철저한 관리가 인상 깊었다.




캠비치는 여러 호텔들이 공유하고 있는 해변이며 각 구역마다 썬배드, 모레 놀이 도구, 카약/보트 등을 구비하고 있다. 해변이 호텔과 바로 연결되어 있어서 언제든 즐길 수 있는 장점은 두말할 것 없다. 얕은 바다와 백사장이 일품이라 아이와 수영, 모레 놀이를 하며 하루 종일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맨발로 해변 걷기나 러닝을 하는 관광객들의 모습이 한 폭의 그림 같다. 며칠간 썬베드에 드러누워 한가로이 일광욕을 품은 독서를 즐기기에 딱 좋은 지상 천국, 파라다이스와 같은 해변이다. 해변을 따라 야자수가 우거져 있어서 동남아의 정취를 한껏 더해준다.





2. 남서부 풀만 프라잇 비치





주변에 큼직한 호텔들이 응집되어 있지 않아 캠비치만큼 사람들로 북적이지 않는 한적한 해변을 찾는다면 바로 이곳이다. 홀로 섬인 듯 고요하다. 밤이면 오징어 잡이 배들이 켜놓은 불빛이 캠비치보다 가깝게 느껴진다. 그만큼 바다가 깊어지는 지점이 해변에서 가깝다는 뜻이리라. 그 때문인지 적정선에 안전망이 설치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수심을 고려하여 더 멀리 나갈 수 없도록 구획되어 있다. 마음껏 나갈 수는 없더라도 도사리는 위험에서 격리된 심리적 안정감은 크다.




프라이빗 비치에 구비되어 있는 보트도 처음 타볼 수 있었다. 물이 잔잔하고, 사람들이 많지 않은 데다 안전 구획 덕분에 떠내려갈 위험/근심 없이 마음껏 노를 저었다. 아들은 신이 났다. 노를 저어가며 기우뚱하지만 제법 균형을 잡는다. 나중에는 지친 아들 덕에 나 혼자 이리저리 노젓기에 여념이 없었지만. 엄마를 제대로운동시켜 주는 녀석, 고맙다.




두 해변 모두 '에메랄드 빛' 투명함과는 살짝 거리가 멀다. 그래도 '프라이빗'을 느끼며 시간에 떠밀려가는 여유를 즐기기에 안성맞춤인 곳이다. 가족과 함께 멈춘 듯 멈추지 않은 시간을 수놓고 당연히 고! 할 수 있는 동남아의 따뜻한 해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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