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이빗 비치
습관의 폭압에서 벗어나기 위해 여행을 한다고 했던가. 푸꾸옥의 해변 앞에 서면 모든 것을 거슬러 시간이 멈춰 선 듯하다. 시끄러운 세상의 소리, 분주한 업무 속 질주, 매일 챙겨야 하는 각종 일상의 뒤처리 등에서 빠져나와 그저 아무 생각 없이 지금을 느끼고, 하고 싶은 걸 하면서 가족과 시간의 흐름에 몸을 맡기고 꿈같은 세계에 둥둥 떠있는 그런 기분이다. 유럽인들이 왜 1달의 꿀맛 여행을 위해 1년을 열심히 일하는 지를 이해할 수 있다.
푸꾸옥은 작은 섬인 만큼 조금만 나가도 바다를 만날 수 있다. 해안선을 따라 아름다운 해변들이 펼쳐지지만 무엇보다 프라이빗 해변이냐 아니냐에 따라 바다의 관리 정도와 수준이 달라진다고 한다. 이번 여행에서 는 호텔 프라이빗 비치들이 워낙 좋아서 발리에서처럼 여기저기 바다를 찾아다닐 필요가 없었다. 경험했던 두 개의 남부 해변을 소개한다.
캠비치는 푸꾸옥 남동부에 위치한 프라이빗 비치이다.
가드 한 명이 상주하며 매의 눈으로 호텔 투숙객임을 확인하는, 철저한 관리가 인상 깊었다.
캠비치는 여러 호텔들이 공유하고 있는 해변이며 각 구역마다 썬배드, 모레 놀이 도구, 카약/보트 등을 구비하고 있다. 해변이 호텔과 바로 연결되어 있어서 언제든 즐길 수 있는 장점은 두말할 것 없다. 얕은 바다와 백사장이 일품이라 아이와 수영, 모레 놀이를 하며 하루 종일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맨발로 해변 걷기나 러닝을 하는 관광객들의 모습이 한 폭의 그림 같다. 며칠간 썬베드에 드러누워 한가로이 일광욕을 품은 독서를 즐기기에 딱 좋은 지상 천국, 파라다이스와 같은 해변이다. 해변을 따라 야자수가 우거져 있어서 동남아의 정취를 한껏 더해준다.
주변에 큼직한 호텔들이 응집되어 있지 않아 캠비치만큼 사람들로 북적이지 않는 한적한 해변을 찾는다면 바로 이곳이다. 홀로 섬인 듯 고요하다. 밤이면 오징어 잡이 배들이 켜놓은 불빛이 캠비치보다 가깝게 느껴진다. 그만큼 바다가 깊어지는 지점이 해변에서 가깝다는 뜻이리라. 그 때문인지 적정선에 안전망이 설치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수심을 고려하여 더 멀리 나갈 수 없도록 구획되어 있다. 마음껏 나갈 수는 없더라도 도사리는 위험에서 격리된 심리적 안정감은 크다.
프라이빗 비치에 구비되어 있는 보트도 처음 타볼 수 있었다. 물이 잔잔하고, 사람들이 많지 않은 데다 안전 구획 덕분에 떠내려갈 위험/근심 없이 마음껏 노를 저었다. 아들은 신이 났다. 노를 저어가며 기우뚱하지만 제법 균형을 잡는다. 나중에는 지친 아들 덕에 나 혼자 이리저리 노젓기에 여념이 없었지만. 엄마를 제대로운동시켜 주는 녀석, 고맙다.
두 해변 모두 '에메랄드 빛' 투명함과는 살짝 거리가 멀다. 그래도 '프라이빗'을 느끼며 시간에 떠밀려가는 여유를 즐기기에 안성맞춤인 곳이다. 가족과 함께 멈춘 듯 멈추지 않은 시간을 수놓고 당연히 고! 할 수 있는 동남아의 따뜻한 해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