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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 교사들과의 만남

사대 대학생들 앞에 서다

by 위혜정

교직에 발을 디딘 지 어언 17년이 되었다. 신규 교사 3년 차까지는 교사라는 직함 자체가 낯설기만 했는데 이젠 "선생님!" 소리가 전혀 어색하지 않아 졌다. 교직 입문 전, 일반 기업에서 근무했던 3년 간의 연차만큼 회사원이라는 물이 빠지고 서서히 교사의 언행, 사고 습관, 태도 등이 비워낸 공간을 채웠다. 어느 모임에서건 교사라는 빛깔이 튀지 않으려고 신경 썼던 시절을 지나 어쩔 수 없이 쌓여버린 교사성을 굳이 인위적으로 숨기지 않으려는 배짱도 생겼다.




17년간 깎이고 매만져진 정체성 덕분에 예비 교사를 만나는 기회가 주어졌다. 오랫동안 지나온 시간들이 무용하게 흩어지지 않고 고스란히 발 앞에 선물 뭉치로 놓인 느낌이다. 삶이 배달하는 아름다운 기회, '기회'는 그렇게 찾아온다. 생의 낱장들이 묶여 한 권의 책으로 후루룩 넘겨볼 수 있을 만큼의 두께감이 차오를 때쯤, 예상치 못했던 문이 스르륵 열린다. 부지불식간에 교사로서의 삶에 대한 이야깃거리가 어느 정도 모이자 사대생들과의 만남을 위한 티켓이 당도한 셈이다.



오랜만에 조퇴를 하고 서울로 차를 몰았다. 대학 캠퍼스를 밟을 생각에 설렌다. 30분 일찍 도착했지만 주차장에서 20분을 허비한 채 헐레벌떡 강의실로 올라갔다. 헉, 모양 빠지게 지각이다. 처음 있는 일이라 당황스럽다. 모둠 활동이 가능한 공간을 요청했더니 옹기종기 모여 앉은 대학생들이 눈에 띈다. 너무 미안하다. 허겁지겁 강의실에 짐을 풀어놓고 첫인사와 함께 노래 선물을 띄어주었다. 힘든 청년들에게 마음 깊은 응원의 메시지를 우선 건넸다. 받아 주소서.







아직도 생각보다 많은 학생들이 교사가 되고 싶어 한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하긴, 졸업생들 중에도 그렇게 교사가 되고 싶다는 골수(?) 꿈쟁이들이 몇 있었다. 넌지시 교사가 아닌 교육계통으로 분야를 확대해 보는 것은 어떻겠냐는 말에도 초등시절부터 꿈꿨던 교대에 진학한 제자. 직접 가르친 학생은 아니지만 "왜 나는 선생님이 되고 싶은데 다들 다른 과 가라고 그러시는지 모르겠다."라고 울며 하소연하다가 결국 서울대 사범대를 진학한 아이까지. 합리적으로 들릴지 모르는 주변의 어지러운 충고들에 귀를 닫고 자기 마음에 합당한 소신을 놓지 않는, 어리지만 존경스러운 청춘들이다.




교사로서 꿈에 날개를 달아주는 데 집중한 3시간이었다. 파릇한 청춘들이 수많은 교사 중의 하나인 글 쓰는 교사의 삶을 들여다 보고 각자에게 맞는 최적의 메시지를 가져갔길 바란다. 대학 캠퍼스 풀밭 한번 밟아보지 못하고 돌아왔지만 초청해 주신 교수님과 존경하는 교직 은퇴 부장님을 오랜만에 만나 밤늦게까지 회포를 푸는 귀한 시간이었다. 만남과 인연, 소중한 끈에 다시 한번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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