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행 국적기 비행시간은 그야말로 최악이다. 오후 5시 40분 출발에 밤 11시 40분 도착이라니.귀국을 위한 인천행 역시 밤 11시 45분에 오전 7시 55분 도착이다. 애국심으로 대한항공에 집착했더니 피곤만 더할 뿐 다음번엔 도착 시간을 감안하여 가루다 항공을 이용하는 게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 청춘도 아니고 몸을 사려야지. 밤늦게 도착하여 빨리 호텔로 가서 눕고 싶은데 이민국 심사에서 세월아 네월아 하는 담당자까지 만나서 줄이 줄어들 생각을 하지 않는다. 겨우 세관신고까지 하고 나서 호텔에 들어오니 거의 2시다. 피곤에 절어 있는 어미와 다르게 아들은 새벽인데도 팔팔하게 뭘 하자고 한다. 안돼!!! 불을 끄고 여독을 풀기 위해 잠을 재웠다. 늘어지게 늦잠을 잘 예상을 했으나 평상시 늦잠과 거리가 먼 몸뚱이가 피곤을 거슬러 알람 없이 깨어버렸다. 이런, 아들이 일어날 때까지 배를 곪으며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10시쯤 돼서야 조식을 먹을 수 있었다.
아점과도 같은 조식 후, 바로 수영장으로 고고! 아들은 수영 삼매경, 난 그제야 몸이 썬베드와 하나가 되어 떨어지지 않는다. 피곤이 몰려와 눈이 풀리더니 졸고 졸고 또 졸았다.간간이 게슴츠레 뜬 눈 사이로 아들이 금세 다른 친구들을 사귀어 신나게 노는 모습이 보인다. 수영을 가르치길 잘했다. 빠질 염려는 없으니 몽롱한 정신을 부여잡을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채 잠에 취해 가물가물 장장 4시간을 보냈다.슬슬 배가 고파 배꼽시계에 정신이 번쩍 든다. 오래 졸기도 했다.
아들을 부리나케 챙겨 씻고 앉았는데, 선크림이 무색하게 아들의 얼굴이 빨갛게 익어있다. 식당에서 오이를 얻어와 붙이고, 마스크 팩을 해주고, 정제수 스프레이와 알로에 수딩 크림을 사다 발라주는 부산을 떨었다.
눈밑 볼 집중 오이 맛사지
그런데 반전은 벌건 아들의 얼굴 보다 내 다리가 더 심각하게 익어있는 사실을 하루 뒤에나 발견했다는 것! 무뎌도 보통 무딘 게 아니다. 뭔가 다리가 따끔거려 긴 바지를 걷어 올렸더니 오 마이 갓! 물에 들어가지도, 뙤약볕 아래 있지도 않았는데 썬베드에서 졸다가 이 지경이 돼버렸다. 발리의 햇볕이 이렇게 강렬할 줄이야.
<사건 당일, 몇일 후>
동남아인의 피부색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직접 체험하고 나니 그리 유쾌한 경험은 아니다. 벌겋게 익은 피부가 시커멓게 변하더니 꽤 오랜 기간 멜라닌 색소 침작이 사라지지 않는다. 예쁘게 태운 게 아니라서 색조의 경계가 랜덤으로 뚝 잘려 나가 모양도 기괴하다. 꼭 챙겨야 할 필수품이 하나 추가되었다. 피부 진정용 마스크 팩만 종류별로 잔뜩 챙겼지 그 중요한 알로에 수딩 크림을 깜빡하다니. 다행히 주변 마트에서 긴급 구매할 수 있어서 급한 불은 껐다.
바다 수영, 스노클링 및 스쿠버 다이빙, 래프팅 등 발리에서 해양 스포츠와 액티비티를 백분 즐기기 위해서는 대용량 수딩 크림을 꼭 챙기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