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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에 없는 것, 발리에 많은 것

몇 가지씩만 살펴보자

by 위혜정

발리는 열대 지방 섬나라의 특성상 한국과 많이 다르다. 적도 아래 남반구에 위치하며 자연환경은 물론이거니와 종교, 문화, 생활양식이 같을 수가 없다. 발리의 이모저모를 둘러보며 꽤나 흥미로운 사실들을 발견했다. 개인적 기준에서 목록화해 본 발리에 는 것, 발리에 많은 것은 무엇일까?


"발리에 없는 게 뭔 것 같아?" 아들에게 질문했다. 골똘히 생각하더니 가장 처음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을 자신 있게 외친다.


"발리에는 젓가락이 없어요!"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다. 식당마다 숟가락과 포크는 있지만 젓가락은 눈 씻고 찾아봐도 없다. 배달 음식이 일본식이나 한국식일 경우는 나무젓가락을 함께 보내 주지만 로컬 식당이나 호텔에서는 젓가락을 사용하지 않는다. 여기에 물티슈 역시 볼 수가 없다. 한국에서는 식당마다 물티슈나 젖은 타월을 식전에 사용할 수 있도록 구비해 두지만 발리는 친환경적이라고 해야 할지 물티슈가 없다. 요약해 보면,

첫째, 발리 식당에는 젓가락과 물티슈가 없다.


둘째, 미세먼지가 없다. 엄밀히 말해서 미세 먼지가 없기야 하겠냐만은 적어도 하늘색을 가릴 정도의 존재감은 없다. 발리에서 가장 반한 것이 자연이 만들어낸 하늘 빛깔이다. 너무 예뻐서 어딜 가든 찍고 찍고 또 찍었다. 핸드폰에 하늘 사진만 한가득이다. 한국의 봄날도 미세 먼지 없이 이렇게나 예쁜 하늘을 언젠가는 볼 수나 있을까? 맑고 깊은 푸르름을 간직하려 카메라 셧터는 바쁘게 열일을 했다.


셋째, 금연 구역이 없다. 가장 힘들었던 부분 중 하나다. 거리 곳곳에서 담배 연기를 날리는 사람들을 제지할 법적 장치도, 자정 의식도 장착되지 않았다. 택시 기사에게 넌지시 물어보았더니 발리라는 섬이 다른 곳에 비해 땅값이 무지하게 비싸다고 한다. 개별 사유지 자체가 고가이다 보니 섬 전체를 묶어 규제할 만한 비용적 부담이 커서 그런 것 같다고 답한다. 법 제정 하나면 될 텐데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다.


넷째, 공짜 물이 없다. 어느 나라이건 물을 사 먹는 것은 당연한 트렌드인 것 같다. 발리도 예외는 아니다. 물에 관한 한 너그러운 한국에 적응되어 식당에서 물을 사 먹어야 한다는 사실 자체가 비용이 아깝다. 호텔에서 텀블러에 물을 담아 오지 않은 것에 대한 아쉬움이랄까. 석회질 물과 구별되는 귀한 생수는 어딜 가나 비용을 치러야 마실 수 있다. 그 흔한 정수기 하나 없다.




그렇다면 발리에 유독 많은 것은 무엇일까? 신들의 섬답게 발리 어딜 가나 느낄 수 있는 압도적인 분위기가 있다. 그건 바로 거리 곳곳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는 석상과 차낭사리 덕분이다. 발리에서 많은 것 첫 번째는 단연 석상, 신전, 차낭사리 등 힌두 문화다. 힌두교는 발리인의 삶 자체다. 택시를 타고 거리를 누비다 보면 가게 앞이나 가정집 앞에 석상들과 소규모 신전 등이 빼곡하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거리 곳곳에 제사의식의 흔적인 차낭사리는 물론이거니와 이를 공급하고 판매하는 도매상에 신들의 조각상들이 더미로 쌓여있는 풍경들과도 자주 만난다. 힌두교의 자취와 흔적은 말그대로 여기저기 널려있다.

둘째, 오토바이가 많다. 동남아시아 어딜 가나 자주 목격되는 오토바이 섞인 무질서한 도로, 발리도 예외는 아니다. 널찍한 도로에서는 덜하지만 2차선 도로에서는 차선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채 자동차와 오토바이가 한데 섞여서 정신이 없다. 심지어 좁은 도로에서 인도는 오토바이들의 전용 차선으로 잠식될 때도 많다. 호텔 앞 마트에 과일을 사러 가다가 인도 맞은편에서 달려오는 오토바이들의 행렬에 기겁을 하며 옆으로 비꼈다가 한참 만에 다시 걸어간 적도 있다. 교통질서 의식이 아직은 많이 아쉬운 수준이다.

셋째, 자연 친화적 환경이다. 일상에서 살아있는 생명체들과 인간의 생활 반경이 중첩되고 포개어지는 것이 자연스러운 곳이 발리이다. 호텔 곳곳에 도마뱀은 기본이고,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던 대형 달팽이와 개미, 두꺼비, 그리고 시시때때로 식당 안으로 날아드는 각종 새들이 낯설지 않고 친숙하다. 어느 누구도 들어오는 생명을 제지하거나 선을 긋지 않는다. 삶의 한 부분으로 인식하고 받아들이는 것, 자연과 함께함이 당연한 발리의 넉넉함이다.

호텔 안에 자연스레 하나의 풍경으로 들어온 생명체들

넷째, 외국인과 환전소가 많다. 관광지답게 국적을 알 수 없는 다양한 외국인들과 많이 마주친다. 발리의 환상적인 자연과 따스한 날씨를 즐기러 온 관광객들이다. 이들을 위한 서비스의 일환으로 거리 곳곳에 환전소가 즐비해 있다. 공항에서 환전을 할 수 없어도 거리의 환전소를 이용하면 된다. 이때 한국 원화를 바로 바꿀 수도 있지만 달러로 가져오는 것이 환율 적용상 유리하다. 그리고 달러 중에서도 단위가 큰 100달러를 바꾸는 것이 낫다. 인도네시아 루피아화는 워낙에 단위가 크다 보니 헷갈리는 경우도 많고, 발리인들이 실수를 하는 경우도 종종 있으니 반드시 환전 후 제대로 된 금액인지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섯째, 열대 과일, 짠 음식, 탄 음식이 많다. 마트에 가면 열대 과일의 향연을 경험한다. 싸고 많은 종류의 과일들을 매일 같이 먹었다. 그중에서 아들이 가장 좋아했던 것은 Zeruk pamelo madu라는 자몽과 비슷한 종류의 열대 과일이었다. 그리 달지는 않으면서도 톡톡 터지는 알맹이가 입 끝을 타고 도는 맛이 흥미롭다.

더운 날씨 탓인지 육류에 은근히 간이 센 경우가 많다. 게다가 바비큐를 할 때도 탄 음식이 많이 나온다. 햄버거를 시켜도 번이 타는 경우가 있어서 다시 해달라고 요청했던 경우도 있다. 태운 음식에 대해 살짝 예민한 경우, 잘 살펴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발리에 없는 것, 많은 것을 개인적인 사견으로 정리해 보았다. 이외에도 많은 것들을 리스트화해 볼 수 있겠지만 이번 여행에서 경험한 만큼의 기록이다. 다음번에는 더 목록이 길어지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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