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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녀 May 08. 2018

어머니


어머니    /    이민정





봄날의 아침 같은 내 어머니

어머니 하고 부르면 입 안 가득 침이 고여요

검버섯 앉았다 서글퍼하시는 그 손으로

세끼 밥상 옹골지게 차려내 나를 키웠지요

철철이 태어나는 땅의 생명들로

늘 새로운 나를 만들어내고요

어머니가 만든 나는 건강하고 아름다워요

나쁜 사람 되지 말고

착한 사람 되라고

울지 말고

웃으라고

어머니가 부끄럽지 않게 살라고 했지요

수다 끝에 건네진 이름 하나 하나

기억하고 묻고 대견해하고 안타까워하면서

어느새 나는 어머니가 되고

어머니가 내가 되어 같이 늙어가네요

봄날의 오후 같은 내 어머니

어머니 하고 부르니 바람이 시원해져요

어느 날은 야단맞고 울다 잠도 들었는데

어느 날은 이마를 쓸어내리는 서늘한 손바닥

매끈하지 못한 그 손바닥 촉감이 아파서

더 많이 울었는데

또 어느 날은 몰래 우는 눈물 때문에

넓기만 했던 그 등이 한 없이 작아도 보였는데

나는 오십이 되고

어머니는 팔십이 되고

우린 이렇게 같이 늙어가네요

어머니처럼 살기 싫다 했지만

어머니처럼 살고

어머니에게서 벗어나고 싶다 했지만

어머니 그늘이 제일 편안한 딸로 늙어가요

봄날의 저녁 같은 내 어머니

붉은 얼굴 감추며 거뭇해지는 노을처럼

서로에게 녹아들어

누가 어머니이고 누가 나인지 모를

그런 날을 살아요

그래서, 참, 좋아요

내가 어머니의 딸이어서 정말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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