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랑 한 번 뿐인 삶

prologue

by 마녀

그대, 진지함이 지나쳐 ‘사랑’이라는 단어만으로 심장이 무너지는 소릴 들으며 연모하는 이의 발치조차 제대로 응시하지 못하는 순진무구, 천진난만의 지존이신 당신. 좋게 말하면 착한 사람, 비틀어 말하면 멍청하고 모자란 사람. 덕분에 제대로 된 연애는 고사하고 늘 채이고, 무시당하며, 짓밟히기 일쑤인 그대가 어찌 감히 사랑을 꿈꿀 수 있겠느냐고?

그런 그대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인간은 산다. 단 한 번만 산다.

- 헤르타.뮐러 / ‘숨그네’ 中 -


그야말로 뜬금없다. 쉽고, 편안하고, 유쾌한 별자리 연애궁합 이야기를 쓴다 해놓고 시작부터 무거운 화두를 불쑥, 대책 없이 던졌다. 다름 아닌 본질을 얘기하고 싶어 그런다. 난 연애의 본질이 곧 삶의 본질이라 생각하니까. 아직 경험하지 못했거나 이미 소진하였거나, 상처받았거나 행복하거나, 혼자이거나 함께이거나, 그대에게 사랑은 결코 마르지 않는 샘이다. 단 한 번만 사는 이 삶에 꼭 같이해야 할 그것을 위해, 그대에게 말을 건넨다. 첫 장을 펼치고 마지막 장을 닫는 순간까지 아프고 서러웠지만 찬란하고 아름답기도 했던 그대들의 지난 사랑이 새록새록 되살아나길, 곧 시작될 사랑에 대한 기대감과 설렘으로 충만해지길, 진심으로 바란다.


자, 그럼! 일단 속도!!!


무슨 속도? 사랑에 빠지는 속도. 난 100m달리기로 전력질주 하는데 상대가 마라톤으로 뛰어오고 있다거나 난 천천히 걷고 싶은데 미친 듯 질주해버리는 상대로 인해 질리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미연에 방지하는 차원에서. 사랑에 빠지는 속도는 불-바람-물-흙, 대강 이런 순서다. 불의 성향을 가진 사람들은 첫눈에 반하기가 전문이고, 바람의 성향을 가진 사람들은 사랑인지 뭔지 가늠하고 고민하다 얼떨결에 사귀게 되고, 물의 성향을 가진 사람들은 천천히 오래 뜸을 들이는 대신 깊이, 자연스럽게 정이 들고, 흙의 성향을 가진 사람들은 사랑은 어렵겠다 싶게 엄청나게 느리면서 일단 주고나면 그만두기도 어려운, 그런 사람들이다.


속도하고 아무 상관없는 사람들이 있다. 전갈(스콜피오)과 물병(아쿠아리어스).

전갈들은 벼락같이 내리 꽂힌다. 달리는 사람이 아니고 꽂히는 사람이라서 겉으론 별 변화가 없다. 내내 무심하다가도 어느 순간 좋다 하면 그걸로 끝! 상대가 싫다고 발뺌을 해도 아무 상관없다. 내가 좋은데 뭐? 이런다.

물병, 아무도 예상 못하는 순간에 뛰다 쉬다를 반복한다. 곁에서 보고 있으면 헷갈린다. 저게 지금 연애를 하는 거야? 마는 거야? 친구라고 박박 우기다가 엄청나게 다정해지고 연인인가 싶으면 싸늘해진다. 웃기는 게 상대만 헷갈리게 하는 게 아니라 본인도 헷갈린다. 진짜 사랑인가 아닌가를 끊임없이 의심하면서 스스로를 학대하는 것이다.

시니컬한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전갈은 스토커, 물병은 변덕쟁이다.


시작하기가 무섭게 달리는 이들이 있다. 타고나길 뜨겁게 타고난 불의 사람들. 유의할 점, 사랑에 빠지는 속도가 빠른 대신 잊는 속도도 빠르다. 페이스 조절하면서 뛰는 마라토너가 아니라 전력질주 단거리 스타일이다. 그나마 사수가 중거리고 사자는 단거리, 양들은 팀플레이 하는 릴레이 주자들처럼 뛴다. ‘쉬 더운 밥 쉬 식는다.’는 진리를 잊지 않고 그들의 계속적인 관심을 이끌어내기 위한 노력이 필수인데다 그들의 이벤트에 끊임없이 감동해주는 열정이 기본이다.


감이 온다 싶으면 냅다 달리고 보는 양. 급발진답게 금방 에너지가 떨어진다. 저 혼자 시작! 하고 뛰어나가고는 상대가 따라 잡고 같이 달리기 시작하면 뛰고 싶은 생각이 싸악~~~~ 사라지는 것이다. 양들에게 필요한 건 경쟁자다. 지고는 못사니까. 힘든 것도 질색이라 시작부터 경쟁이거나 상대가 너무 막강하면 안 된다. 적당히 무르익었다 싶을 때 어디선가 쨔잔~ 경쟁자가, 자신과 별반 차이도 없는 비슷한 누군가가 나타나야 가장 효과적이다. 당신의 양자리 애인이 슬슬 지겨운 표정을 짓거든 비슷한 친구와 사건, 사고를 만들어라. 절대 포기하지 않고 결혼까지 달려줄 것이다.


천천히 달리는 걸 즐기는 사수. 부담스러운 감정을 싫어하고 속박당하는 것도 싫어하기 때문에 상대를 친구로 여기는 건지 연인으로 여기는 건지 모를 애매한 태도일 때가 많다. 거기다가 쾌활하고 쿨한 성격 탓에 자꾸 같이 뛰자고 하는 것들이 생긴다. 다정하게 둘이 달리고 싶은데 객들이 머리를 디밀고 그때마다 속을 알 수 없게 마냥 좋다고 한다. 결국 상대를 뛰고 싶지 않게 만드는 희한한 재주(?)를 부리고는 스스로 영문도 모르고 차일 때가 많다. 사람 좋고, 성격 좋고, 성별 구분 없어 인기인인데 풍요속의 빈곤, 딱, 그 자체로 실속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사자는 주변에서 응원해주면 날아갈듯이 달린다. 잘 뛴다, 으쌰으쌰~ 소리에 기운을 얻는다. 귀족도 맘에 안차고 왕족의 자부심이 넘쳐서 그렇다. 스스로가 왕족이니 파트너도 당연 왕족이어야 하고 그래서 커플이 뜨기만 하면 주변이 들썩들썩해야 직성이 풀린다. 예쁘고 멋진 건 기본. 고백도 확실하게, 어영부영은 사전에 없다. 거절당했을 때 포기도 깔끔하다. 상대는 또 찾으면 되니까. 왕족의 사랑답게 항상 최고의 것을 준비하고 최고가 아니면 최선을 다해 상대를 만족시켜주려고 애를 쓰니까 열정적인 연인으로써는 만점짜리. 단 제멋대로인데다 자만심이 강하니까 항상 떠받들어줘야 한다는 걸 명.심.할.것.


달리는 것도 아니면서 걷는 것도 아닌 애매모호한 사람들. 의문의 안개 속에 상대를 던져놓고 회심의 미소를 짓는 밀당의 최고수들. 바람둥이라고 불릴 가능성이 농후한 'All kind heart'의 소유자들. 바람의 화신들. 쌍둥이(제머나이)는 수다스럽게 재잘거리면서 숨이 차지 않게 걷고 천칭(리브라)은 춤을 추듯이 다정하게 눈을 맞추고 뒤로 걷는다. 상대와의 교감과 소통이 멈추면 바로 움직일 수 없는 마법에 걸리는 이 사람들을 사귈 때 혼자 달리면서 알아서 따라오겠지 라거나 뒤따라가면서 가다가 기다려주겠지 라는 꿈은 아예 꾸지 않는 게 좋다. 좀 달려보다 아니다 싶으면 언제 버려지는 지도 모르게 버려질 거니까. 왜 버려졌나? 하는 고민은 하지마라. 일부러 그러는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그렇게 돼버리는 거다. 호기심이 많은데다, 매력이 넘치고, 영리한 그들 앞에 적수가 없느니.


마음의 문을 여는데 너무 많은 시간과 정열을 쏟아서 막상 뚜껑을 열면 김빠진 콜라처럼 맥없이 구는 사람들. 물고기(파이시즈)와 게(켄서). 보기만 해도 좋아죽는데 괜히 심통 내고, 먼산 보고, 딴소릴 한다. 그러면서 상대가 본심을 몰라준다고 집에 가서 벽 잡고 울어. 같이 걷자고 하면 알았다고 해놓고 뛰어가는 물고기, 저만치 혼자 가서 장난이라고 변명하는데 때는 늦으리. 같이 걷자고 하면 답은 안하고 눈치만 보다 하루 해 넘기는 게. 기다리다 지쳐 훌쩍~ 떠나버리면 내 맘도 몰라준다고 원망을 하네. 이들과 연애하려면 참을성을 길러야 한다. 끊임없이 챙기고, 기운 내라고 격려 해주고, 빨리 오라고 화도 내면서. 어쨌든 같이 가는 게 중요하다. 속이 터져도 워낙 느리니까 그러려니 하고.


그리고 흙의 사람들. 개인적인 생각으론 이분들은 연애질 안했으면 싶은데 세상이 또 내 맘 같지 않아. 느려터진데다 걷거나 움직이는 거 자체를 싫어하면서도 연애는 꼭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또 어쩌다 연애를 하면 성실하니까 이건 좀 아니다 싶은데도 희한하게 주변의 인정을 받는 사람들이 있다. 책 펼쳐 들고 읽으면서 걷는 건지 멈춘 건지 분간이 안 되게 걷는 염소(캐프리콘) -일이나 성공이 먼저고 사랑은 나중-. 급할 것도 없는 데다 게을러터져서 억지로 잡아끌어야 움직이는 황소(토러스) -주변에 사랑이 넘쳐 아쉬울 것도 새로울 것도 없다 여김-. 가끔 맘 내킬 때 한 발짝 움직이고 한참씩 서있는 처녀(버고) -어찌나 의심이 많은지 확신이 없으면 한걸음도 움직이질 않는다.- 이들과는 달콤, 폭발, 열정, 이런 단어들을 주고받기 힘들다. 깊이 숨겨진 감정을 겉으로 표현하느니 차라리 죽겠다고 할지도 모른다. 그냥 버텨야 한다. 그것 말고는 별 방법이 없다. 억지로 끌면 짜증내고 대열을 이탈해버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정적인 상대를 찾고, 열정에 감동하는, 적어도 주제가 사랑에 관한 것이라면 이 사람들, 완전 나쁘다. 웃기는 건 사랑에는 이처럼 소극적이고 냉소적인 이들이 결혼성공률도 유지율도 최상위에 랭크되어 있다는 사실!!!

이건 뭐랄까? 사랑과 결혼은 확실히 다른 문제라는 걸 느끼게 해준달까??


어째 감이 좀 오시는가?

이제 자기를 알고 상대를 파악해서 적당히 속도를 맞춰주는 센스를 발휘해보시라~

그는 꿈쩍도 안하는데 나 혼자만 좋아 죽는 것 같다거나 난 걱정이 많아 힘든데 혼자 펄펄 날아다니는 것 같아서 미워하고 짜증내고 스트레스 받지 말라는 소리다. 사랑은 상대적인 것. 가망도 없는데 억지로 들이밀면서 상대를 이상한 사람 만들지 말고 나한테 맞는 사람 찾아 대쉬해야 성공률이 높다는 걸 잊지 마시라~ 그야말로 "불같은 사랑"은 사자, 사수, 양에게서 찾아야 하고 마음 깊은 곳을 흐르는 정을 느끼고 싶다면 물고기, 게를 만나고 아기자기하고 즐거운 연애가 좋으시다면 쌍둥이, 천칭을 따라다니고 천지가 개벽을 해도 변치 않고 평생을 함께 할 자신이 있다면 염소, 황소, 처녀의 곁을 지키시라.


전갈이랑 물병? 걔들은 예측을 불허한다니까!!!

전갈은 속을 알기 어렵고 물병은 어디로 튈지 모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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