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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씩 그가 보고 싶어지면
무심코 누르려던 통화버튼 앞 손가락을
물끄러미 들여다보면서
내가 저질렀던 잘못들에 대해 생각한다.
그럴때의 나는 세상 한심함의 극치다.
굴 속의 나를 굴 밖으로 불러내고
손을 잡아주고 함께 걸어준 그에게
나는 그냥 나쁜년이다.
굴 속에 두고 온 것들이 못내 아쉬워서
굴로 다시 돌아온 나는
결국 餓死하고 말았다.
그래도 싸다.
세상에 하 많은 만날 수 없는 것들 중
제일 앞에 서서
시퍼렇게 멍든 눈으로 나를 보고 있는
그에게로 가고 싶은 마음조차 사치라
나는 차마 입도 떼지 못하겠다 했지만
이렇게라도 남겨야
시라도 써야
그에게 나는
그냥 잊고 싶은 기억일테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