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로에젤 만세, 아빠는 매일 반성중

[육아휴직아빠와 수영러버아들의 발리 한달살기] Day-9, 250923

by 이음바다

아이에게도 온 험한 것


아이에게도 험한 것이 오고 말았다. 땀띠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호텔로 돌아가는 택시를 기다릴 때였다. 아들은 계속 목을 움츠렸다. 가까이서 보니 작은 반점이 올라와 있는 게 아닌가. 얼른 가방에 있는 연고를 발라줬다. 땀띠는 가라앉지 않았다. 택시로 호텔까지 가는 내내 괴로워했다.


방에 와서 한국에서 가져온 알로에 수딩젤을 듬뿍 발랐다. 그제야 가려움과 따가움이 사라졌다. 오늘은 에어컨 없는 곳을 계속 돌아다녔다. 평소보다 땀을 많이 흘렸다.


삼세 번의 결론, "안 갈래"


삼세 번이다. 결과는 '안 갈래'로 끝이다. 아침부터 어린이집에 안 가겠다며 드러누웠다. 세 번만 가보고 약속했는데 다녀보니 재미가 없다는 거다. "전날 가보니 재밌다고 하지 않았냐. 오늘 이미 예약을 해뒀으니 가야 한다." 밀어붙였지만 소용없었다.

나도 억지로 보내고 싶지는 않았다. 보내는 어린이집의 오후 프로그램이 별로라는 생각도 하던 참이다. 이곳 친구들과 같이 노는 것에 흥미가 없으니 어린이집이 더 재미없겠지. 딱 한 번만 더 보내고 싶던 어린이집 다니기를 포기했다. 이제 매일매일 다른 일정을 찾고 만들어야 한다.

오전 영어 수업을 재밌게 잘했다

피곤한 밀착 육아의 예고


키즈카페에 가기로 했다. 식당도 같이 운영해 식사도 함께 해결하려 했다. 아들은 놀이터를 만나면 일단 뛰어들고 본다. 아기자기한 놀이터 한 바퀴를 끝내고 밥과 과일을 먹었다. 에어컨이 없지만 그늘막이 쳐져 있었다. 선풍기가 곳곳에 돌아갔다. 땀을 좀 흘리는 게 보였지만 괜찮을 거라 생각했다.

여기서도 아들 주변으로 다른 아이들 한둘이 다가왔다. 혼자서 재밌게 노는 모습에 같이 놀고 싶은 듯하다. 이번에도 아들은 섞여 놀지 않았다. 오히려 나를 더 찾기 시작했다. 놀이의 모든 순간 내가 옆에 있거나 함께 참여하길 요구했다.

키즈카페에서 색종이 붙이기 이벤트를 했다. 평소 좋아하는 놀이라서 바로 참여할 줄 알았다. 안 하겠단다. "그럼 아빠만 해야지"하고 내가 먼저 시작하니 금세 옆에 붙어 앉았다. 피곤한 밀착 육아가 한동안 이어지게 생겼다.


시큰둥
안 할 거라더니...

아빠를 닮은 운동신경


체육 수업을 예약해 뒀다. 몸으로 하는 것은 다 즐거울 테니. 체육관에 또래의 여덟 아이가 모였다. 준비운동을 하는 아이는 긴장되지만 설레는 표정을 보였다. 달리기와 점프, 구르기와 매달리기 같은 기본적인 신체활동으로 한 시간이 채워졌다. 코치 2명이 계속 아이들에게 에너지를 불어넣고 자세를 잡아줬다. 아들의 운동신경은 미안하게도 아빠를 닮았다. 잘 못하는 동작이 많았지만 주눅 든 모습은 아니었다.


체육 수업 끝, 코코넛이 궁금하다더니 맛없다며 조금만 마셨다.

땀띠에서 오늘도 배우다


체육관에도 에어컨이 없었다. 큰 선풍기가 돌아가고 있었지만 계속 뛰는 아이들의 땀을 다 식히긴 부족했나 보다. 수업이 끝날 무렵부터 아이는 목을 긁는 모습을 보였다. 생각이 짧은 아빠가 땀 흡수에 약한 옷을 입히기도 했다. 결국 땀띠도 내가 부른 것이란 자책이 든다. 그래도 그만하길 다행이다. 알로에 수딩젤 만세. 선크림과 함께 알로에젤도 챙겨 다녀야겠다.

한국의 어린이집에서 매주 수요일 독수리 선생님과 함께 체육수업을 했다. 그 수업과 비교해 물으니 독수리 선생님 수업은 재밌고, 여기 체육 수업은 힘들지만 재밌단다. 중요한 결론은 재밌다는 것. 체육수업을 또 하러 오기로 약속했다. 그때는 땀 흡수 잘되고 편한 옷을 입혀서 오리라.

발리에서 땀띠도 경험이다. 밀착 육아도 과정이다. 완벽한 계획은 없다. 매일 조금씩 배워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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