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뭘 좋아하니? 네가 좋아하는 게 뭐니?
몇 살이니? 결혼은 했니? 부모님은 어떤 일을 하시니? 학교는 어딜 나왔니? 직장은 어딜 다니니? 직급은 어떻게 되니? 돈은 얼마나 버니? …
큰딸인 나, 공대를 졸업한 나, 연구소를 다녔던 나, 수학을 못했던 나, 영어를 잘했던 나, 외국에서 한마디도 못하던 나, 낯가림이 없는 나, 웃음이 많은 나, 키도 덩치도 손도 얼굴도 다 큰 나, 잔병치레가 잦은 나..
타인과 함께 인생을 살아가기로 결심한 저는 ‘나’라는 존재가 타인과의 상호작용 하는 과정에서 지워지는 일을 경험했어요. 자신감이건 자존감이건 완전 바닥까지 떨어지면서 거의 지구 내핵까지 땅굴파기를 수백 번. 이 광활한 정글에서 나를 지켜내려면 나에게 뭐가 필요할까? 나를 지켜낸다는 건 무엇일까? 그런 고민이 있었어요. 나의 뭘 지켜내는 게 진짜 ‘나’를 지키는 일인 걸까요? 진짜 ‘나’는 뭘까요?
내가 갖고 있는 생각이나 의견을 지키고 싶지는 않았어요. 생각과 의견을 고수한다는 건 고집부리는 것 같아서 싫었어요. 저에겐 건강도 지키고 싶은 요인은 아니에요. 살고 싶은 삶이 있을 때, 혹은 하고 싶은 일이 있을 때 그 일을 할 수 있도록 돕는 보조적인 장치라고 생각하거든요. 이렇게 하나하나 지워가다 보니 결국 남는 건 내가 가진 하뚜(하트, 마음, heart, ♡♥) 더라고요. 그래서 오늘은 내가 애정 하는 것들에 대해서 생각을 정리해봤어요.
내가 사랑하는 것, 내가 애정 하는 것 또는 그런 사람들이 나를 살게 하는 것 같아요. 특히 내가 뭔가 해줄 수 있을 때는 삶을 살고 있다는 보람까지 생기더라고요. 이렇게 결심하게 됐습니다.
- 내가 애정 하는 것들을 내 일상에서 지켜내겠다는 결심
- 다른 사람이 빼앗아 갈 수 없도록 지켜내겠다는 결심
- 내 마음 한구석에 쳐 박히는 일 없게 하겠다는 결심
- 내 삶에서 존재감을 양껏 뿜어낼 수 있도록
시간, 돈, 건강의 일정 부분을 필수 배정하겠다는 결심
제 애정에게 적합한 단어는 ‘정’이 아니라 ‘사랑’인 것 같아요. 미적지근하지 않고, 태풍처럼 휘몰아치고 줄 수 있는 모든 것을 쏟아붓습니다. 대상이 사람인지 사물인지에 상관없이 불같은 사랑을 하죠.
불 같은 사랑 뒤엔 아무것도 남지 않아요. 심지어 기억조차…(새하얀 백지상태로 회귀)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어떤 것을 애정 하는지, 어떻게 애정을 누리며 표현하고 있는지가 당시에 당면한 인생의 중요한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더라고요. 다른 사람도 그런가요? 저만 그런가요?
요즘 제가 좋아하는 것들은 이렇습니다. 이 사랑이 곧 끝날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지금은 이런 상태예요. 제가 좋아하는 이 것들을 접하는 빈도가 올라갈수록, 강도가 올라갈수록, 서로 중첩될수록 저의 기분이 좋아집니다.
: 지민이 목소리를 더 자주 듣고, 지민이의 사진과 영상을 더 자주 볼 수 있으면 기분이 더 자주 좋아집니다.
좋아하는 것이 계속 중첩돼서 스스로가 감당하기 힘든 지경까지 갈 때, 저는 그 상태를 ‘문란하다’라고 표현해요. 어쩌면 가장 나다운 시간, 어쩌면 가장 나에게 자유로운 시간.
과거에 셜록을 좋아할 때에는 금요일 저녁 퇴근 후 자취방에서 수제버거를 안주로 밀맥주를 마시면서 셜록을 틀어놓고 컬러링북을 했더랬죠. 너무너무 좋은 시간이었는데, 제 기준에선 너무 문란한 금요일 밤이었어요. 특히 설거지도, 양치질도 안 하고 새벽 3시 넘어서 마구 자버리면 [+10 배덕감] [+10 만족감]
애정 하는 것들을 일상 속에서 지켜내는데 필요한 소 원칙을 정리해봤습니다.
애정 하는 대상에 대한 나의 생각과 감정을 주변 사람들에게 말하기
함께 애정 할 수 있는 타인과 함께하기 (오프 모임 참가/개설, SNS 활용)
빈도/강도 올리기, 중첩하기 관련 방법 계획하기
제가 좋아하는 것들에 대하여 이미 진행하고 있는 일들이 있으니 간단히 얘기해볼게요.
주변에 제가 방탄소년단 지민이를 좋아하고 있다고 엄청 말하고 다녔습니다. 팟캐스트 '새가 날아든다' 에서도 열심히 말했죠! 그 결과 덕친(덕후 친구 또는 덕질 같이하는 친구)를 소개받았습니다. 저의 덕친은 심지어 저처럼 세월호 활동 경험이 있고, 지금은 노동분야에서 활동하고 있어요. 심지어 x2 안산에서 활동하세요. 세상에나 마상에나 이런 축복이. 덕친과 함께 더 많이 알아가고 더 움직일 수 있어서 행복해요.
(‘보라해’라는 말은 방탄 뷔가 만들었는데요, 영원히 오랫동안 함께하자는 의미입니다. 제 활동명 보라와는 별개예요. 하지만 이제는 보라에 그런 의미가 덧씌워져 버렸죠. 좋아요. 보라해라는 말.)
한 달에 한 권 페미니즘 책을 읽고 이야기할 수 있는 책모임에 나갑니다. 저번에는 [시녀이야기]라는 소설을 읽는다고 해서 후다닭 읽고 출석했어요. 다음 모임 때에는 그 유명한 [이갈리아의 딸들]을 읽어가기로 했어요. 많이 기대됩니다. 나에게도 언어가 생길 수 있겠다는 희망이 보여요. 과연 모임에 계속 참석할 수 있을지는 아직 잘 모르겠어요. 책을 읽는 게 쉽지 않아요. 책 읽기 싫어요. 중고등학교, 대학교 때는 도서관을 씹어먹어 버릴 듯이 탐독했는데 지금 보면 기억도 안 나고 그냥 그래요. 올 한 해 신경 쓰고 있는 부분 중 하나가 학습 안 하기인 것도 있고요.
늦덕(늦게 입덕 한 덕후)이라 여러모로 정보가 부족한 저는 덕 친의 도움을 받아 온라인 덕질 삼매경에 빠져있습니다. 트위터를 1도 할 줄 모르던 제가 트위터를 깔고 BTS official 계정을 follow 하고 있답니다?(대단해! 셀프 칭찬해!) 해시태그 투표도 열심히 참여하고 있어요. 온라인 사이트 더쿠라는 곳도 거의 매일 들어가고 있어요. 과질(고화질) 사진이 많아서 행복해요. 매주 화요일에 올라오는 달방도 챙겨봅니다. 침대 머리맡에 지민이, 태형이, 정국이의 브로마이드를 붙였어요! 사무실 모니터에는 지민이 포토카드를 붙였습니다. 노트북/폰 바탕화면은 모두 지민이에요. 아무리 바빠도 슛비(방탄소년단 리듬게임, Super Star BTS) 레벨업은 하루에 하나씩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그래야 방탄이들 포토카드를 모을 수 있거든요. 방탄은 휴식기인데 아미는 왜 이렇게 바쁜 것인가?!
안산에서 방송댄스 모임을 만들었습니다. 원래 춤 좋아하는 지역 청년 한 분을 알고 있었어요. 하지만 그와 저는 서로 연락처도 모르는 서먹한 관계★ 훗. 방탄소년단 댄스 커버에 열정 있는 제가 서먹함 따위 날려버리고 연락을 드렸어요.
우리 둘이서 시작하게 됐습니다. 나름의 목표도 정했어요. 노래 한 곡 커버할 때마다 영상 찍어서 공개하려고 합니다. 주변에 춤은 관심 없지만 그 모임 재밌겠다고 말하는 친구가 있었어요. 아마 그 친구가 우리 둘의 영상을 찍어줄 것 같아요. (두근두근)
노래 선곡 과정이 재밌었는데, 방탄의 춤은 너무 어렵기도 하고 같이 모임 만든 분이 여자 아이돌 댄스를 좋아한다고 해서 첫 곡은 모모 랜드의 ‘뿜뿜’으로 했어요. 이번 주 금요일까지 각자 1절 댄스 연습해오기로 했답니다. 첫 모임 생각에 설레네요. 9명의 모모 중에 난 어떤 모모를 보고 연습하면 좋을까? 아참, 집에서도 뿜뿜 연습할 수 있도록 제 방에 있던 책상 하나를 분해해버렸습니다. 하하하 이제 공부도 안 하는데 책상 따위. 집에선 슈스비 x 댄스 커버 진리.
방탄소년단 공카(공식 카페)에 가입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공카 가입 승인 나면 무려 [from.BTS] 글을 읽을 수 있어요. 그것은 방탄이들이 글을 쓰면 나도 볼 수 있게 되는 거죠. 하아.. 그 날아 빨리 와라.
공카에 가입하려면 방탄이 들에 대한 문제도 풀어야 하고, 형식도 딱 맞춰야 하는데요. 이 과정은 매우 어렵습니다. 저는 다행스럽게도 덕친의 도움을 받고 있어요. 혼자가 아닌 둘이라 덜 외롭고 더 당당해요. 덕친에게는 다른 덕친도 있지만, 그 덕친은 최애가 지민이가 아니래요. 우리는 둘 다 지민이 최애예요♡. 최애가 같다는 이유로 ‘우리’라고 묶어도 되는 건가요-?! 왜 이렇게 엮고 싶은 거죠? 왜 때문이죠?!
방탄소년단이 라인프렌즈와 콜라보해서 BT21이란 캐릭터를 만들었어요. 이태원에 오프라인 매장이 있다고 해서 덕친과 가보기로 했어요. 오픈 당일날 모든 물건이 팔렸기 때문에 아직 물량이 없다고 해요. 물량이 채워지고, 이태원에 가는 날 저는 현실덕후로 거듭날 수 있게 됩니다. 강도가 올라가는 거죠. 후후후. 가서 치미를 데려옵시다!
덕친과 코인 노래방에 또 가기로 했습니다. 둘이 오프에서 처음 만난 날, 코인 노래방에서 BTS 노래 28곡 불렀다는 거 실화냐. 이번에는 포인트 안무 연습해서 가보려고요. 둘은 저번에 못 불렀던 노래를 불러보겠다는 야심을 품고 있습니다. 댄스 모임에서 방탄 노래를 커버하는 그 날을 꿈꿉니다.
글이 길어지니 체력이 달리네요. 글을 잘 쓰지 못하는 건 알고 시작한 일이지만, 오늘은 심각한 것 같아요. 두서없고요. 읽는 분들은 모르시겠지만 글 쓰는데 걸린 시간도 어제보다 더 길어요. 사회적 존재로 시작해서 지민으로 끝나는 오늘의 글쓰기 그래도 칭찬한다. 하아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