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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라체 Aug 03. 2020

사랑한다는 말, 하루에 몇 번 하시나요?

저는 열 번 ^^

이게 무슨 뚱딴지같은 화두냐.


요즘 '금쪽같은 내 새끼' 보고 있어요. 개통령 강형욱 훈련사가 반려견주 코칭하듯 육아의 신 오은영 박사가 육아하는 부모를 코칭해주는 채널A 프로그램입니다. 제가 원래 채널A는 안 보는데 이 프로그램은 거부할 수 없어요. 오은영 박사의 처방은 언제나 짜릿하고 새롭네요.


한 번은 아이들에게 사랑을 표현하는 것이 어렵다는 부모가 나왔어요. 오은영 박사는 부모들을 훈련시키더라고요. 따라 해 보세요~


보물 같은 우리 아들들.
우리 집에 태어나줘서 고마워.
사랑해.


이 말을 듣는데 왜 내가 눈물이 나는 건지. 저도 사랑한다는 말을 전혀 못 했어요. 사실 들어본 적도 별로 없습니다. 부모, 친구, 예전에 만났던 애인들..


사랑한다는 말, 책에서도 TV에서도 남들에겐 참 흔한 말 같은데 나에게는 허락되지 않았던 말이었어요. 잘 듣지 못하니 말이 희소해지고, 자연스럽게 나도 이 말은 아껴서 해야겠다고 다짐했었죠. "나중에 정말로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해야지."


말을 아끼다 보니 마음도 같이 아끼게 되더라고요. 내가 지금 이 사람을 좋아하는 걸까? 이런 게 사랑인 걸까? 아냐, 이런 건 사랑이 아니야. 내 감정에 솔직할 수 없었던 시간, 내 감정에 인색해야 했던 시간이었어요.


요즘에는 하루에 열 번도 넘게 넘게 사랑한다는 말을 들으며 지내요. 함께 밥을 함께 먹다가도, 설거지를 같이 하다가도, TV를 함께 보다가도, 외출했다 돌아와서도, 카톡으로도, 전화로도 진짜 수없이 많은 고백을 매일 들으며 살고 있습니다. 사랑한다는 고백에 찐한 눈 맞춤은 필수죠.


이렇게 300일이 넘어가니 저에게도 변화가 생겼어요. 애인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도 사랑한다는 말을 할 수 있게 된 거죠. 그냥 문득 친구들에게 툭 툭 말이 튀어나와요.


잘 가.
오늘 너를 만날 수 있어서 즐거웠어.
사랑해.


어색함을 느낄 새가 없어요. 말이 먼저 튀어나왔어요. 나중에 생각할수록 참 이상하더라고요. 내가 변화하고 있다는 늑김. 나도 달라질 수 있다는 늑김.


이런 변화는 우리 애인도 겪고 있다고 해요. 얼마 전에는 오랜만에 고향집에 내려가 처음으로 부모님을 안아드렸대요. 그 다음번에 내려가서는 사랑한다는 말까지 성공했대요 글쎄.


애인은 그때 기분이 좋았다고 해요. 그리고 저에게도 추천합니다. 부모님께 사랑한다고 말해보라고요. K-장녀로 부모님 뒷모습만 보고 자란 저에겐 쉽지 않은 미션입니다. 살면서 부모님이 저를 사랑한다고 느껴본 적이 정말 손에 꼽을 정도거든요.


그래도 이렇게 매일 열 번도 넘게 사랑한다고 말하고 듣는 시간을 더 보내고 나면 언젠가는 부모님께도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는 날이 오겠죠?


이런 변화를 다른 이들은 '긍정적'이라고 말하더라고요. 저는 이런 변화가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는 관심 없어요. 그냥 지금 이 상태가 너무 좋을 뿐이에요.


하루에 열 번 사랑한다고 말하고

하루에 열 번 사랑한다고 듣는 하루.

그런 나날이 모여 이제는 346일.

3460번도 넘게 사랑한다고 말했겠네요.

3460번도 넘게 사랑한다고 고백을 받았겠네요.

우리가 앞으로 주고받을 '사랑해'는 몇 번일까요?

더 많으면 좋겠어요. 더- 더더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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