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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연 May 31. 2020

(9) 출입기자 아닌데요.

"그런데 혹시 출입기자이신가요?"


질의응답은 끝났음을 알리는 '신호'다. "아니다"라고 답할 때마다 돌아오는 답이 같았기 때문이다. "출입기자가 아니라면 곤란합니다." 틈이 없는 원천 차단이다. 어떻게, 더 해볼 방법이 없다.


드문 일은 아니다. 노트북으로 검사와 변호인의 말을 받아치려던 법정에서, 법원의 입으로 불리는 공보 판사의 연락처를 구하다가, 정부 기관의 보도자료에서 궁금한 점이 생겼을 때 종종 받는 질문이다. 취재의 벽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로톡뉴스의 안세연 기자라고 합니다"라고 소개할 때 역시 애를 먹는다. 상대방이 '로톡뉴스'를 모르는 데다, 발음도 어려워서 생기는 문제다. 대처 요령이 외워졌다. "법할 때 'Law(로)'랑 카카오톡 할 때 'Talk(톡)'입니다." 이렇게 말할 때 가장 대사 전달력이 높았다. 


느닷없이 불평을 늘어놓을 생각은 아니고, 거창하게 "출입기자의 카르텔 독점을 허물어야 한다"고 말하지 않겠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고 여긴다. 대신 나름의 생존법을 하나씩 터득하고 있다. 


법정에서는 손으로 적어오면 된다. 핵심만 간추리다 보니 기사를 쓸 때 이해도가 높다. 공보 판사와 연락이 닿지 않으면 금세 다른 취재원에게 물어보면 된다. 예상치 못한 답변을 들을 때도 많다. 정부 담당자가 책임을 미루느라 답하지 않으면, "답하지 않았다"는 사실 자체를 보도할 수 있다. 


그럭저럭, 어떻게든, 다 할 수 있다. 출입기자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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