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 윤동주 시인의 ‘별 헤는 밤’中-
윤동주 시인은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을 붙였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동경을 아스라이 불렀다.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서 밤을 새운 그에게 수만의 별은 제각각 크게 다가왔다. 그는 그 안에 깃든 상념을 일일이 성찰했다. 그럼에도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에 부끄러워했다. 슬픔을 못 이겨 흙으로 제 이름을 덮어버렸다.
안타깝게도 슬픔을 이긴 채 살아간다. 밤을 새우며 별을 되새길 만큼 정의롭지 못하다. 고(故) 황현산 선생은 <밤이 선생이다>에서 한 사람이 지닌 감수성의 질은 그 사람의 현재가 얼마나 두터우냐에 따라 갸름될 것만 같다고 말했다. 어떤 사람에게는 조선시대 노비가 당했던 고통도 현재라고 하는데 나에게는 눈앞의 나직한 시간이 더 중요할 때가 많다.
부끄러운 ‘나’가 모여 사회를 이루었나 보다. 사회는 하나의 별을 비추지 않는다. 하나의 별은 대략을 뜻하는 '약(約)'이 되어 지워진다. 대충 조명해선 안 될 때도 있건만, '약'에 묻힌 수만의 목소리는 쉽사리 스쳐 간다.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 겨울이 가득 차 있다. 겨울바람이 매섭다. 옷깃을 여며도 소용이 없다.
작년 한 해 역대 최대치의 집회, 시위가 열렸다. '약' 7만여 개의 집회가 열렸다. '약' 6만여 건의 불법 촬영물 영상이 유통됐다. '약' 4만 8천여 명이 미세먼지로 조기 사망에 이르렀다. 가습기 살균제로 '약' 4만 명이 중증 피해를 보았고 정부는 그중 607명을 피해자로 인정했다. 누군가에게는 수만의 사소한 일 중 하나겠지만, 누군가는 죽었다.
'약' 7만여 개의 집회 중에는 고(故) 김용균 씨를 기리는 추모제가 있었다. 지난 12월의 어느 날, 비정규직 노동자는 컨베이어 벨트에 끼어 목이 잘렸다. 대통령을 만나려 했던 사람이 죽었다. 그의 어머니는 '위험의 외주화' 근절을 위해 안전보건법 통과를 눈물로 호소했다. 인간다운 삶과 행복할 권리를 위해 목소리를 냈다.
'약'이라는 통계에도 수만의 별이 제각각 빛나고 있다. 약 하나에도 울음과, 약 하나에도 분노와, 약 하나에도 목소리가 깃들어있다. 대충 스쳐 가지만, 약에는 사람이 있다. 타인의 고통을 알아달라고 빛을 냈으나, 결국 잊히는 애석한 별이 있다.
정부와 기관의 아침은 별을 몰아내고 쉬이 찾아온다. 사회가 할 일이 시인과 어머니의 일이 되었다. 시인은 부끄러워했다. 어머니는 울었다. 시인과 어머니는 슬픔을 이겨내지 못해 별을 헤아렸으나, 사회는 별을 지웠다.
시인은 봄을 기대했다. 봄이 오면 무덤 위의 잔디가 자랑처럼 피어날 것이라 읊조렸다. 덮었던 이름에서도 풀이 자랄 것이라 확신했다. 될 리 없던 김용군 법은 국회를 통과했다. 짙은 안개가 깔리더라도 별은 어두울수록 빛난다. 그 안의 울음과 분노와 목소리는 겨울을 뚫고 봄을 마중한다. 시인과 어머니에게 화답할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