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문자를 보니 미세먼지가 극성이란다. 까맣게 낀 먼지가 걱정이긴 한데, 미세먼지는 나의 기관지보다는 의식에 작용한다. 문자를 받은 까닭인지 공연히 목이 아픈 것 같다. 사흘 째 비상 저감조치가 시행되고 있다고는 하는데 시야는 여전히 흐리다. 미세먼지는 옛날에 더 많았으니 호들갑 떨 필요 없다고들 하는데, 건조한 통계보다는 나의 느낌이 중요하다.
날씨 어플은 항상 미세먼지 위험이다. 죽어도 나가지 말란다. 안 나갈 수도 없으니 그럴 바에야 창 밖을 한 번 보곤 한다. 안갠가 싶을 정도로 하늘이 뿌옇다. 창 밖 청계천이 희미하게 보인다. 가본 적은 없다. 16층에서 봤을 땐 청계천이라곤 믿기 어려울 정도로 어두웠다. 형형색색으로 꾸며놓은 청계광장만 청계천인 줄 알았으니 갈 일이 없었다.
매일 가던 헬스장이 쉰단다. 미세먼지가 걱정이긴 한데, 그래도 운동은 하는 게 나을 듯하다. 미세먼지 뉴스는 보지 않아도 무방할 세상사겠거니 하면서 멋대로 달린다. 창 밖 청계천이 생각보다 아름답다. 별빛 많은 청계천만 청계천인 줄 알았는데 뛰어보니 같은 물결이다.
광화문쯤 왔다. 속닥거리는 연인들이 많은 걸 보니 근처가 맞다. 1등 신문이라는 조선일보 빌딩이 보인다. 늦은 시간이었는데 꺼지지 않은 불이 많다. 칸막이에서 무얼 하는지 궁금하나, 알 길은 없다. 광화문 광장도 보인다. 작년엔 역대 최대의 시위가 열렸다더라. 세월호 천막은 그대로다. 늦겨울에도 바람이 세찼는데 쓰러질 것만 같다. 유가족의 심정도 변함이 없을 텐데, 한편에서는 세월호 왕국이란다. 반복된 추모라도 연이어 보탠다.
어울리지 않는 무지개가 물결에 비친다. 뭐길래 이목을 끄나 싶었는데, 동전 던지기를 위한 분수대가 있다. 동전은 불우이웃 성금을 위해 쓰인다고 한다. 동전교환기도 있는 걸 보니 꽤나 본격적이다. 물결에 떨어진 동전이 많다. 명분도 그럴싸하니 많이 던졌겠다 싶다. 던져진 동전은 어디로 갔는지. '던져야만' 온기가 전달될 수 있는지.
물음은 뒤로 한채, 땀이 식으니 춥다. 돌아가는 길엔 환경 미화원이 쓰레기를 줍는다. 실적과는 상관없을 텐데 늦은 시간에도 열심이다. 불합리한 임금체계, 유명무실한 휴가제도, 무의미한 주 52시간 근무제도가 떠오르지만 섣불리 건넬 수는 없다. 길가다 주운 담배꽁초 하나 건네드리고 다시 뛴다.
다시, 미세먼지 저감조치는 내일도 계속된단다. 문자가 또 한번 오길래 의아했는데 조선일보 더나은미래 기자단에 합격했다는 소식이다. 세상을 담는 청년이 되기를 바란다니 그럴싸한데 '더나은미래'라니 어색하다. 조선일보 빌딩과 세월호 천막 둘 사이의 기시감이 낯설지 않다. 어색함을 무성한 미세먼지로 덮은 채 집으로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