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완전한 가정에서 자란 두 사람이 만나 가족이 되어가는 이야기
블루 발렌타인 Blue Valentine · 데릭 시엔프랜스
딘의 청혼의 말은 이러했다. 나랑 결혼해 줄래? 내 여자가 되어줄래? 의 종류가 아닌,
‘우리 가족이 되자’
총명한 의사가 되고자 했던 신디는 외로웠고 고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하고 이혼 가정에서 자란 딘은 따뜻한 사람이었다. 두 사람이 만나 가정을 이루었다.
‘첫눈에 반한다는 게 말이 돼요?’
두 사람의 첫 만남은 참 눈부시고 찬란했다. 사랑 말고는 달리 표현할 말이 없을 정도로.
그랬기에 교차로 보이는 현재 두 사람의 모습은 내 맘을 참 아프게 했다. 애틋한 사랑이 사라져서가 아니다.
어떻게 사랑이 변할 수 있어? 의 슬픔이 아닌 것이다.
그들의 불완전함이, 그것을 인정하지 못해 서로 비난하는 두 사람의 모습이 안타까웠다.
의사가 되고자 했던 신디는 간호사로서, 엄마로서 고군분투하느라 생기를 잃었다. 웃을 힘조차 남아있지 않은 여자가 되었다. 그녀는 ‘반짝반짝 빛나던 신디’를 상실했다. 그래서 더욱 딘의 모습을 참을 수 없었을 것이다. 아침부터 술을 마시고 온 몸에 페인트를 묻히고 다니는 그의 모습이 꼭 자신의 인생 같아서. 혹은 너 때문에 내가 이렇게 된 것 같아서. 신디는 딘을 온몸으로 거부한다.
사실 딘은 최선을 다했다. 난 그렇게 생각한다. 부모의 건강한 모습을 보고 자라지 못한 딘이 할 수 있었던 전부였다. 온몸에 묻은 페인트가, 투박한 그의 손이, 딸을 대하는 진심과 사랑이,
'뭔가 하고 싶은 게 있었지만 지금 내가 하고 싶은 건 남편과 아빠가 되는 거야. 내가 뭘 더 이뤄야 하는데?’ 신디에게 답하는 그의 목소리가. 모든 것이 그의 최선이었다.
딘은 신디와의 관계 회복을 위해 미래로 간다. 그리고 이 곡을 튼다.
Penny & The Quarters의 You and Me
영화 속에서 이 곡은 두 번 등장한다. 첫 등장은 미래의 방에서 두 번째는 신디와 딘의 가장 행복한 순간에.
신디는 화가 났음에도 이 곡이 흘러나오자 몸을 흔든다. 그러나 미래의 방에서 두 사람의 회복은 일어나지 않았다. 나는 그 방에서 딸과 통화하는 딘의 모습을 보며 많이 웃었다. 전후 상황과 관계없이.
‘프랭키. 미래 사람들은 어떻게 웃는지 알아? 아캬캬캬캬캬꺅 아카카캬갸갸꺅 프랭키. 너도 해봐’
자신의 진짜 딸이 아닌 프랭키. 다른 남자의 딸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그가 왜 받아들여지지 못하는 걸까, 웃고 나서 슬퍼졌다. 신디는 딘을 미워한 것일까, 아님 딘에게 투영된 자기 자신을 미워한 것일까.
그리고 파국이었다.
신디는 더 이상 참을 수 없고 우리 둘 다 절대 변할 수 없다고 소리친다. 이에 딘은 울며 답한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알려줘. 뭐든지 다할게. 내가 변할게.
의사가 아닌 지금의 신디 또한 빛나는 신디임을 그녀 자신이 알았더라면,
최선을 다하면서도 실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랐던 딘이 조금 더 일찍 도움을 요청했다면.
이 둘의 관계는 나아졌을 것이다. 프랭키는 울며 떠나는 아빠에게 달려간다. 폭죽이 터진다.
이 영화를 본 친구가 내게 물었다.
‘넌 현재의 딘도 좋은 남편과 아빠인 것 같아? 엉망진창 아니야?’
‘난 충분히 좋은 아빠와 남편이라고 생각해. 지금의 딘도.’
딘은 여전히 집 앞 도로에서 안전벨트 매지 않는 신디를 걱정해주고(비록 거칠지만),
과거 신디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철조망에 매달렸던 것처럼 지금 역시 신디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채 주고 있다. 프랭키를 크레이지 하게 사랑하고 죽은 메건을 묻고 나서 울고 만다.
술 취해 격분한 와중에도 ‘네가 시켜도 난 널 때리지 않을 거야. 난 널 때리지 않아. 절대 때리지 않아.’
신디를 온몸으로 보호한다(자신의 어쩔 수 없는 폭력성으로부터).
신디 자신은 잃어버렸다고 생각했을 그녀의 아름다움을 여전히 발견해준다. 던져버린 결혼반지를 망설임 없이 다시 찾아 나선다. 이 순간 신디 역시 그를 보고 있다가 자신도 함께 덤불 사이로 들어가 반지를 찾는데, 이들의 가능성이 보여 또 맘이 아팠다.
우리는 모두 불안정하고 불완전하다. 그럼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을 온전히 알아주는 것.
찬란한 것만이 사랑이 아니라 각자의 반을 덜어내고 서로를 받아들이는 것 역시 사랑임을 아는 것.
이것이 신디, 딘 그리고 프랭키가 온전한 가정이 되는 유일한 방법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이상 Derek Cianfrance감독의 Blue Valent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