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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오 Dec 24. 2021

크리스마스 이브, 갑자기 불편한 생각이 들었다.

문화 다양성을 생각하며

© jeshoots, 출처 Unsplash


오늘은 크리스마스 이브, 성탄절 전야제다. 거리마다 크리스마스 장식이 가득하고 크리스마스 캐럴은 쉼 없이 울려 퍼진다. 덩달아 나도 이 분위기가 즐거워지긴 하지만 한 편으론 조금 불편한 생각을 꺼내본다.


예수님의 탄생을 기념하고 감사하는 마음에서 시작된 성탄절이란 이름의 크리스마스가 기독교의 문화가 아닌 우리 모두의 문화가 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기독교의 근원지가 된 로마로부터 시작된 문화가 현대의 모습으로 변화한 것은 아마도 미국의 영향일 텐데 미국에 크리스마스가 정착한 것은 19세기 후반이고 우리나라로 넘어온 것은 20세기 초반, 그러니 100년 정도밖에 되지 않은 것이다. 정확히는 1949년 정부 수립 후 최초로 지정된 공휴일 중 하나가 바로 성탄절이니 올해가 71년째를 맞이하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기독교인이라 이런 문화가 종교적인 축제를 넘어서 모두 행복하게 즐길 수 있다는 관점에서 보면 너무 좋지만 우리나라의 고유문화를 제쳐두고 다른 나라의 문화만을 즐기는 모양새가 어쩐지 아이러니하다.


며칠 전 아이들이 학교에서 팥죽을 먹었다며 자랑을 했다. 날짜를 확인해 보니 그날은 우리나라 24절기 중 스물두 번째 절기인 <동지>였다. 동지는 양력 12월 22일 또는 23일 무렵, 일 년 중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은 날을 말하며 동지를 설 다음가는 작은설로 '동지를 지나야 한 살 더 먹는다'라는 말의 동지첨치(冬至添齒)의 풍속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오래된 우리의 문화는 팥죽 한 그릇을 제외하면 많은 이들과 공유하는 데는 한계가 있는 듯하다.


비슷한 시기에 성탄절과 비교되는 동지처럼 우리나라 민족문화는 점점 사장되고 있음을 느낀다. 설이나 추석의 의미가 점점 작아지고 있는 반면 성탄절이나 할로인데, 밸런타인데이 등의 이벤트성 외래문화는 그 규모와 범위가 점차 넓어지고 있음을 느낀다. 팥죽, 송편, 떡국 등의 음식을 나눠먹는 정도로 그치는 우리 문화와 달리 코스프레 분장을 하고 파티를 열어 사람들과 어울리는 서양문화의 문화 확장은 우리 문화를 잠식해가는 것 같아 자칫 문화 사대주의에 빠져 우리의 것을 갖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 우려가 된다.

© zerotake, 출처 Unsplash

사실 청소년활동 현장도 마찬가지다. 설, 추석, 대보름, 단오, 동지 등의 우리나라 문화보다 핼러윈 데이나 성탄절 등을 프로그램의 테마로 삼는 일이 훨씬 많다. 한복을 입어보고 강강술래나 제기차기, 윷놀이 등을 하는 전통적인 문화 축제가 열리는 활동은 그 수를 찾아보기 힘들지만 유령, 괴물 분장을 하고 사탕을 나누는 핼러윈데이 관련 행사는 점차 활동의 종류가 늘어나고 있다.


물론 요즘 같은 시대에 너무 진지하게 생각하는 것 아니냐라는 말을 하는 분들이 계실 것이다. BTS의 빌보드 차트 석권,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과 함께 K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세계를 열광시키는 등의 K-문화가 전 세계에 스며들고 있는 상황 속에서 내 생각이 너무 민감하다고 여겨질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문화 콘텐츠가 세계로 뻗어 나고 있으매 자랑스럽고 감사한 마음이 드는 것은 사실이지만 청소년활동 프로그램을 만들고 청소년과 만나는 사람으로서 우리 문화가 사장되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외래문화에서 벗어나 우리의 문화만을 선호하자는 것은 아니다. 문화적 다양성을 충분히 존중하되 우리의 것을 잃지 말자는 말을 하는 것이다. 더불어 문화 상대주의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자는 것이다. 문화상대주의는 세계 문화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이해하자는 말인데 다른 나라의 문화를 이해하기 이전에 우리나라의 문화를 먼저 경험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취지인 것이다.


이날치밴드가 <범 내려온다>라는 음악으로 우리나라를 홍보하며 문화를 선보인 적이 있다. 관련하여 이 노래와 춤이 많은 청소년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며 우리의 것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갔다. 그래서 작년 말, 우리나라 문화 - 조선의 힙한 문화, 또는 국악 - 를 크로스오버하는 공연팀을 초청해서 청소년에게 선보였던 적이 있다. 반응이 나쁘지 않았고 함께 즐기기에 충분했다.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
<백범 김구 '나의 소원 - 내가 원하는 나라' 중에서>


가정이나 학교에서 배우지 못하는 것 - 나는 그것의 범위가 아주 넓다고 생각한다, 문화 다양성도 그중 하나다. - 을 제공해 주는 것이 청소년지도사의 역할일 텐데 우리 문화를 제대로 알려주기 위한 접근에 조금 더 신경 써야 할 것이라 생각한다. 백범 김구 선생이 꿈꾸던 문화강국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하며 나아가야 하겠다. 높은 문화의 힘을 가지기 위한 자세에 대해서 고민하고 그것을 프로그램화하여 청소년을 만나는데 최선을 다해야겠다. 그것이 나의 역할이 아닐까, 오늘은 그런 생각을 해본다.


_by 레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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