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난 마을 활동가분들과 만났다. 전임자와의 인수인계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로 말했던 것이 바로 마을 네트워크이었기에 마을에서 활동하는 분들과의 만남은 센터장으로 당연히 마주해야 할 과제였다.
약속 시간을 정하기 전, 나는 이 마을의 현황을 파악하며 특징을 찾아보기 위해 노력했다. 마을의 범위는 어디부터 어디까지인지, 학교는 몇 개인지, 문화시설은 어디에 있고 인구는 몇 명인지 등을 검색하고 확인하고 분석했다. 동시에 내가 만나봐야 할 - 전임자가 꼭 만나보라고 전달한 - 분들과 어떤 이야기를 나눌지 고민했고 연계해야 할 사업을 파악했다.
약속한 시간에 맞추어 마을 활동가 한 분이 운영하시는 카페로 향했다. 카페로 들어가는 입구에 펼쳐져 있는 배너 현수막을 보면서 이곳이 단순한 카페가 아닌 문화활동 공간임을 확인했다. 카페 문을 열고 들어간 곳에서 드디어 마을 활동가를 만날 수 있었다.
꿈의 학교를 비롯한 청소년 사업을 2년째 하고 계시다는 마을활동가 A 님은 지역의 청소년이 마음껏 문화를 경험할 수 있길 바라는 분이셨다. 쉴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하면 카페를 내어주고 악기를 배우고 싶다고 하면 기꺼이 배움으로 연결하고 공연 기회를 제공하신다는 말씀을 들었다. 공공기관에서 근무하는 청소년지도사보다 더 청소년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깊으신 분을 만나니 저절로 고개가 숙여지고 또 대화 자체가 배움의 시간이 된 느낌이었다.
A 님과 대화는 약속된 시간을 훌쩍 넘어갈 정도로 흥미로웠다. 그러다 지역에 이와 같은 멋진 일을 하시는 또 다른 분, B 님을 소개받았다. 전임자가 추천한 만남 리스트에 들어있는 분이기도 했던 그 분과의 만남을 나는 당연히 반기며 B 님이 계신 그곳으로 향했다.
마을 활동가 B 님은 우리 문화의 집이 있는 이 지역에 꽤 오랫동안 터를 잡으시고 그 안에서 청소년들에게 자신의 것들을 나누며 공유하고 소외된 친구들을 위해 노력하시는 분이셨다. 시간이 부족해서 오랫동안 대화를 나누진 못했지만 B 님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대가 없이 베푸는 청소년활동을 펼쳐오신 그분의 삶이 존경스러웠다. 드러내지 않고 이렇게 조용하고 묵묵하게 걸어오신 모습은 충분히 박수받을만했고 또 나를 성찰하게 만들었다.
지역사회 마을 활동, 청소년활동과 안전망에 대한 이야기에 이어서 그분이 자신의 삶을 이야기하는 가운데 꼰대라는 단어가 등장했고 잠시 그 의미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계속 변화해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꼰대죠. 변화하지 않는 사람이 꼰대이고 변화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을 보고 아무런 움직임이 없는 사람도 꼰대인 거죠. 나이가 많고 적은 것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청소년과 만나려면 꼰대가 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해요. 변화해야 합니다.
우리 사회 기성세대를 가리키는 대표 명사가 되어버린 "꼰대"라는 단어를 이렇게 명쾌하게 정의 내린 경우를 난 처음 본 것 같다. 그분의 말을 듣고 있으니 저절로 그 말씀이 이해되고 나를 돌아보게 만들었다. 특히 요즘 내가 고민하고 있는 리더에 대한 생각도 함께 할 수 있었다.
리더는 팔로워가 있고 함께 나아가는 공동체가 존재하는 반면 꼰대는 그렇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원활한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고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리더가 바로 꼰대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꼰대가 되지 않고 진정한 리더가 되는 것은 어떤 것일까?
한참을 고민하다가 내가 내린 결론을 나열해 본다. 리더는 앞서 활동가 B 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아무런 움직임이 없이 정체된 것은 도태된 것이고 후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번에 잘 되었던 것을 이번에도 동일하게 적용하는 것은 실상을 파악하지 못한 꼰대이고 배움이 삶이 되어야 하고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은 사람은 좋은 리더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 변화의 삶, 배움의 여정은 리더가 속한 그룹의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좋은 리더가 되기 위해선 속해 있는 구성원이 자신의 삶, 또는 자신이 하는 업무가 잘 흐르도록 도와주는 조력자가 되어야 한다. 물길의 방향이 잘못되었다고 여기면 과감하게 재조정해야 하고 방향이 맞는다면 물살을 잘 탈 수 있도록 유연한 자세와 적극적인 동기부여, 빠른 결정과 선택 속에서 지속적으로 그 흐름이 잘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그때 리더는 드러나지 않아야 하고 절대 흐름을 막아서거나 방해해선 안된다.
마지막으로 리더는 센터백이 되어야 한다. 현대 축구에서 말하는 포지션 센터백은 단순히 최종 수비수의 역할만 있지 않다. 골을 향한 빌드업이 시작 단계에도, 다른 선수의 실수를 커버해 주는 상황에도 늘 센터백은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펼쳐나간다. 경기 전반을 조율하며 팀을 안정적으로 이끄는 센터백이 팀의 리더인 것이다. 필드 플레이어 소통의 중심, 육체적 - 심리적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도록 등을 토닥여줄 수 있는 센터 백의 역할은 내가 생각하는 리더와 닮아있다.
꼰대가 되지 않는 리더가 되려면 어떤 삶을 살아야 되는지 고민하고 생각하는 하루다. 나는 지금 어느 지점에 서 있는지 점검하며 이후 어떤 리더가 될지 또 어떤 삶을 살아가야 될지 끝도 없는 생각을 나열하는 하루 속에서 느리더라도 성장하는 사람이 되길 바라본다. 오늘은 이런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