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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오 Dec 10. 2021

'청소년지도사'는 청소년의 '데미안'이 될 수 있을까?

줄탁동시를 발견했던 소설 <데미안>의 가르침

© emielmaters, 출처 Unsplash

#소설 '데미안'이 주는 가르침


줄탁동시(啐啄同機), 알에서 다 자란 병아리가 때가 돼 밖으로 나오기 위해서 껍데기 안쪽을 부리로 쪼면, 어미 닭은 밖에서 알을 쪼는 것을 말한다. 이 사자성어를 처음 접한 것은 헤르만 헤세의 소설 <데미안>을 읽은 뒤였다.     

 

소설의 제목이기도 한 주인공 데미안은 어린 싱클레어를 어둠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게 해주고, 그동안 그들이 배워온 선과 악의 이분법적인 구분을 전혀 다른 눈으로 바라보는 법을 가리쳐주며 자기 내면에 귀를 기울이라는 가르침을 주는 인물이다. 즉, ‘네 자신의 길을 가라’라는 메시지를 전해주고 있는데 이것이 바로 이 소설이 내게 주는 가르침이였다.     



#그런데 '데미안'은 어디 있죠?


고등학생 시절 난 이 책을 읽고 나만의 길을 찾기 위해 노력했으나 내 주변에는 데미안이 없다고 여겼다. 안일한 삶에서 벗어나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기엔 세상이 너무 무섭기도 했고 알면 알수록 훨씬 더 치열하고 복잡하고 힘겹다고 여겼다. 그래서 내 삶의 데미안 같은 멘토를 꼭 찾고 싶었으나 어디서 찾아야 하는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몰랐고 그렇게 그 시절이 흘러갔다.      


시간이 지나 난 상상 속에 그리던 데미안을 만나지 못했음에도 데미안의 역할, 줄탁동시의 어미 닭 역할을 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 물론 하루아침에 그 역할을 부여받은 것은 아니었다. 스스로 그 길을 가야겠다고 마음을 먹었고 학문을 익히고 경험을 쌓았으며 현장에서 싱클레어 또는 알 속의 병아리와 같은 청소년과의 활동을 상상해 온 끝에 기어이 청소년지도사라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청소년지도사가 '데미안'이 될 수 있을까?


청소년지도사가 되었다고 하루아침에 데미안이 될 수 없는 노릇이다. 단순해 보이는 청소년 활동은 생각보다 신경써야 할 무수히 많은 문제들로 둘러싸여 있기 때문이다. 그 속에서 우아한 백조처럼 보이기 위해 물밑 작업이라 불리우는 각종 서류 작성과 프로그램 관련 업무, 프로그램 기획·운영·모집·홍보·안전 점검과 예산 확보·지역사회와의 연계 등속의 업무들을 야근과 초과근무를 마다하지 않고 이루어야 한다. 그래야만 비로소 하나의 활동 프로그램이 무사히 청소년과의 만남을 성사시켜준다.      


그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감염병의 위협, 인구절벽과 기후위기의 문제, 메타버스를 비롯한 디지털 청소년사업과 숏폼, 영상콘텐츠 제작과 편집을 따로 시간을 내어 배우지 않으면 뒤쳐진다고 생각한다. 좋은 활동프로그램을 만들어내기 위한 청소년지도사의 배움은 밤낮을 가리지도 않고 끝도 없이 이어진다.      


그렇게 나를 비롯한 전국의 수많은 청소년지도사들이 청소년의 데미안이 되기 위해 오늘도 진지하게 청소년활동에 임하고 있다. 그들이 만들고 가꾸고 있는 청소년활동이 힘겹게 투쟁하여 알에서 나오려 하는 청소년에게 줄탁동시의 도구로 사용되길 바라면서 말이다. 세상으로의 참여, 실패와 좌절의 경험 속에서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회복탄력성, 다양성에 대한 존중과 협업, 새로운 기회 창출 등의 세계가 무수히 펼쳐져 있는 청소년활동이 청소년과의 만남을 기다리고 있다. 그런 마음으로 다음의 한마디를 청소년들에게 던져본다.


청소년들이여!
주저하지 말고 청소년활동에 기꺼이 뛰어들어라! 가서, 그대의 데미안(청소년지도사)을 만나라!


_by 레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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