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원하는 아이가 만든 아이의 가을
올해 가을은 나만 그렇게 느낀 건가?
<유난히 날이 맑고 하늘도 맑고 마스크를 쓴 계절이었지만 유난히
맑게 다가오더니 후-딱 지나가버리는 계절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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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진짜 줌마의 길로 들어서는 건지,
유난히 이번 가을은 보내기 싫었던 마음에
아이와 함께 가버리는 가을을 좀 더 집에 들여와보기로 하였다.
(사실 계획은 거창한 모빌을 만드려고 하였다만
ㅋㅋㅋ역시나 계획과 달리 흘러가는 유아미술이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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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다시 재료부터 줍줍 하는 가을 준비
요새 단풍 은행잎에 더 관심을 가지고 색이 왜 변하는지 왜 추워지는지부터 (왜 늪)
종알종알거리면서 전날 비를 듬뿍 맞은 은행잎들을 줍는데
아이가 자꾸
<이건 예쁜 건가? 애는 이상한 건가?>라고 물어보기에.,
'예쁜 것만 주워'가 아닌 ,
'네가 꾸미고 싶은 아이들로 가지고 오렴'이라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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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우선 노란색 은행잎을 잔-뜩 주워 들어가려는데
단풍잎이랑 비슷한 색깔이라고
(사실 36개월이지만 문장력이 나름 우수(ㅎㅎ) 하다고 생각해본다)
이것도 가지고 가고 싶다기에
5개는 나무에서 뜯어보고
나머지는 줍줍줍
사진은 없지만,
아이가 주워온 늦코스모스와 은행잎과 이름 모를 빨간 잎들을
비어있는 수반에 자갈을 깐 후,
물을 채운 후
토옹 통통 넣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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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미술이라는 게 별거 있나 싶다
오히려 창의력 키워준다고
<창의 미술> <상상력 미술>도 사비로 보내는 세상에
이렇게 아이의 눈으로 아이가 꾸미고
아이한테는 가을이 이렇게 보이고 이렇게 지나가는구나라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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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아이와 함께 제주도에 갔는데
마스크를 뺸 곳에서 우연히 꽃향을 듬뿍 맡은 후,
행복해하는 아이를 보니 참 기분이 싱숭생숭해졌던 날이 있었다.
아무쪼록-
내년의 너의 가을에는 마스크 빼고
콧구멍으로 가을바람이 쓔-웅 들어가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