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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찐만두 Jun 12. 2024

나는 그렇게 91년생 이혼녀가 되었다.

#5. 어서 와, 관사에서 신혼생활은 처음이지?

그렇게 똥냄새나는 버진로드를 히히 호호 웃으면서 걸어서

들어가 시작한 곳은 군부대관사였다.


군관사라고 하면

떠오르는 건

"집세안나간다, 안전하다"

뭐 그건 인정한 지만 다만 어려웠던 점은


<들어가는 방법>이었다.


-신분증을 가지고 가고

-상대방이 허락을 해주어야 들어갈 수 있는

어렵지만 또 안전한 뭔가 나의 집이지만 나의 집이 아닌

그런 기분이라고 해야 하나..

무튼 달달하고 따뜻한 신혼집이 아닌

처음부터 난리가 났었다.


입주청소를 선택하는 와중,

금액의 문제가 아니라

<군부대>에 들어올 수 있는 업체가 사실

금액의 문제가 아니라,

들어올 수 있는 업체가 사실

30곳 중 2 업체라고 생각할 만큼

나의 마음에 드는 곳이 없었다.


그렇게 처음부터 휘청하는 중,

상대방의 지인들이 함께 하자고 하는 업체를 통해

나도 나름의 "관사답지 않은" 금액으로 계약을 하였다.

하지만

그때부터 엉망은 시작이었던 게

업체는 청소는 대-충은 물론 돈 다 받고 전화도 안 받고

흔히 말하는 잠수를 타고는

오히려 군 쪽에다가 우리가 본인들의 장사를 방해한다고

하소연을 하기 시작하던 와중

나는 상대방에게 우리 돈 돌려주라고 해야겠다고 하니

상대방은 그냥 '잃어버렸다고 생각하고 내가 다시 하면 된다'라고

우유부단이라는 말이 칭찬일 정도의 말을 시전 하였고

나는 결국 상대방의 동기 중 한 명이 총대를 메고

나를 끼어주어서야 돈을 돌려받았다.

뭐 깔끔히 끝난 거 아니냐고 의문을 가진다면

그 업체는 나한테만(내가 젤 어려서?) 전화하더니

"인생 그따위로 살지 마 어려가지고"하고 내 전화를 차단했다.


그렇게 시작된 다사다난한 이사는

커튼도 달고 해야 하는 와중

본인은 회식에 빠질 수가 없다면서 저녁 내내 나는

벽에 못을 박고 빨래를 돌리고

가전가구가 도착하면 인솔해서 걸어서 집으로 와서 설치하고

밖으로 나갈 때는 가전가구 차에 끼여타서 보내드리고

다시 집으로 걸어오는 그런 나날을 3일 정도 반복하였고

고맙다는 말없는 나 혼자 아등바등 설치한 "집"이 완성이 되었다.


그렇게 완성된 관사는

상대방의 대대원들의 2차 장소가 되었고

그 많은 회식들이 끝나면 기본 8명이

우리 집에서 2차를 시작하였고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이게 상대방에게 도움이 되겠지라고 생각하며

술상 차리고 치우고 다음날 또 오고 차리고 치우고 이렇게 1년이라는 시간을

결혼한 사람과 해외여행은커녕 둘이

가까운 강릉여행도 안가보고 내 인생의 1년이 365일이 지나가고 있었다.


내가 선택해서 한

새로운 삶의 시작이었지만 개판이었다

사람을 못 만나니 그냥 사람 오는 게 좋은 건 맞았지만

나는 점점 지쳐가고 있던 와중,

상대방부모님이 방문을 하겠다고 연락이 왔었다.


뭘 대접해드려야 하지 고민하던 중

방문을 약속하신 전날까지 상대방의 지인들이 와서

새벽까지 설거지를 하다가 거의 뻗은 상태였는데

약속시간 12시에 맞추어 준비하던 와중 10시에 도착을 했다는 전화를 받았다

정말 어떻게 준비를 한 건지 기억도 안 나지만 일인일닭으로 삼계탕을 대접했는데

"아빠는 삼계탕 안 좋아한다"라는 대답을 뒤로

한 그릇 다 드시는 걸 보고 참 기가 막혔지만 꾹 참는 게 승리라 생각하였다.


시작부터 다사다난하던 입주와

시작부터 알게 된 뭔 이상한 <아주머님>이라는 호칭은

나에게 정말 새로운 시작이었다.


아, 생각해 보면 이때라도 도망칠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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