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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찐만두 Jun 03. 2024

나는 그렇게 91년생 이혼녀가 되었다.

#4. 하다 하다 요구한 건 <재산증명서>

<나의 이혼을 기록하기 위해 브런치를 오랜만에 썼는데

오늘까지 갑자기 내가 무너지는 순간처럼 

나의 과거가 너무 억울하고 분해서 한동안 글을 쓰지 못하다가

그래도 끝까지 써보자라고 다시 컴퓨터를 켜보았다.>

-

10학번인 내가 

13년부터 연애를 시작하다가

17년에 버진로드를 걸었는데

이렇게 세줄로 걸어지는 그 모든 순간들이 정말 다사다난하였다.


"결혼"이라는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상대방과 함께 얼마큼 모았는지부터 이야기를 해보았는데

나보다 훨씬 먼저 많은 월급을 받으며 

집에서 편히 다녔던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입출금통장은 하나 없었고 대출만 잔뜩 있었다.


대출을 해본 적 없던 나로서는 

이거에 대해 의아해하였는데

오히려 상대방은 그 순간 나에게

<나의 능력이 이 정도라서 대출이 나온 거였고, 

이제 연봉 1억을 벌테니 상관없는 거다>라고 하였다


이제 갓 사회생활을 시작한 나는 1억이라는 단어가 

굉장히 크게 들리고 있던 와중, 

나의 입출금을 보여주었더니

상대방은 오히려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우리 부모님이 너의 아버지의 부재가 걱정돼서 그러는데

재산증명서 하나 떼어오래"


라는 말을 듣고 나는 데이트를 마치고 엄마에게 말을 하였는데

엄마는 이 결혼을 말렸지만

<이미 친구들한테도 다 말했는데 어떻게 해 그냥 떼줘>라고

끝까지 철딱서니 없는 소리로

엄마에게 대못하나 꽂았고

상대방 부모님은 나의 재산증명서를 하나보고

상대방 명의로 받은 어마어마한 대출을 넘겨주고는

결혼을 하라고 허락(?)해주었다


결혼을 준비하는데 무조건 필요한 건 

당연 <돈>이었고

믿기 어렵겠지만 상대방은 

100원짜리 하나 없이 온전히 우리 엄마가 다 결제해 줘서

결혼을 진행하였지만

<고맙다/고생했다>라는 말하나 없이

오히려 피로연자리에서 취하셔서 난동을 피우는 

정말 그때 끝냈어야 하는 결혼식을 내가 진행하고 있었다.


신혼여행조차 우리 집에서 도움을 주었지만

고맙다는 말은커녕 심지어 비행티켓까지 실수하여

돈을 날렸음에도 우리 엄마 앞에서 짜증 내던

뻔뻔하던 그 태도와

나중에 돈 많이 벌면 어머님한테 잘할 거야라면서

나에게 달콤한 말을 시전 하였는데

그때는 계속해서 속아가던 나 자신을 왜 눈치 못 챘을까..


무튼,

신혼여행동안 다녀와서 정산을 해봐야겠다 싶어

공항에 주차된 차에다가 축의금을 넣고 출발했는데

잘 가라고 1000원짜리 한 장 없던 

상대방의 아버지는 신혼여행 내내 

상대방에게 본인 앞으로 들어온 돈은 왜 안 주고 갔냐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던 그런 여행이었다.


신혼여행을 다녀와서 공항에 도착하니

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있었는데

장시간비행기를 타기 위해 나는 크록스를 신고 있었고

안 그래도 추위를 많이 타던 탓에 더 추운 와중

설상가상 배터리까지 나가서 비를 쫄딱 맞고

그래도 나는 상대방에게 예의는 다 지키고 보자라고 해서

상대방 집에 덜덜 거리며 방문하자마자

상대방 아버지는 대뜸

"절해라"라고 하는데 정말 도끼가 있다면

 내 무릎을 잘라버리고 싶었던 순간이라고 하고 싶을 정도의

인생의 엄청난 수치심이 들었었다.


이렇게 시작이 되었으니 

온전한 '가족'이 된다는 건 

당연히 불가능하지 않겠는가?


글지, 난 거기서 끝냈어야 했는데

27살 그때 나는 무서웠다.

혼인신고 이제했는데 이혼해서 나 이혼녀 되면 

세상이 나 비웃는 거 아냐? 

친구들한테 뭐라고 해..

엄마는 엄마친척들한테 지인들한테 뭐라고 해..

아빠가 남겨준 피 같은 돈으로 한 결혼식

내가 어떻게 또 불효를 저질러

그냥, 이게 나의 죗값이라 생각을 해보면 쉬울 거야라고 

나의 생각은 짧게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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