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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찐만두 Aug 29. 2024

나는 그렇게 91년생 이혼녀가 되었다.

#15. 나는 울며 겨자 먹기였지만, 친정엄마는?

핸드폰 톡톡 거리면서

친정에 들어가라 나는 어쩔 수 없이 전출을 해야 한다라는 말에

더 이상 토달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아이를 재우는 날들 동안

참 많은 생각을 하였다

사실, 그랬다


"굳이 너만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왜 너는 나한테"


하지만 무방비상태의 표정으로

새근새근 자다가도 드르렁 코를 고는 아이에게

그런 마음이 왜 굳이 아이에게 향하였는지

참, 내가 이 아이보다 어리숙하다는 생각이 드는 날이

며칠이 지났는지 모르겠다.


상대방의 회식이 있던 날,

오전동안 죽어라 키카돌리고 놀이터 돌리고 씻고

이른 육퇴를 하고

맥주를 몇 캔을 벌컥벌컥 먹었는지 모르겠지만

정말이지 뻔뻔하기 짝이 없게 친정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왜, 뭔 일 있어?"라는 엄마의 물음에

하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

그래도 최대한 돌려 이야기해보았다.


"아니, 우리가 제대 전에 한번 더 이동을 해야 하는데

우리 애도 이제 유치원을 가야 하니 엄마집에 잠시만

애랑 들어가면 어떨까?"


이 말을 하면서도 쿵쿵쿵 감히 떨리고 긴장되어서가 아니라

그냥 내가 창피한 만큼의 심박수였다.


"너희가 필요하면 언제쯤 들어올 거야? 방을 치워둬야 애도 지내지"


".. 고마워 날짜 정해서 연락할게"

뭐 잘했다고 괜히 삐죽거리면서 죄 없는 친정엄마에게 틱틱거린 후,

4살 아이와 아이와 와이프의 거처는 걱정 없이

다시 힘든 곳으로 전출된다고 24시간을 투덜거리는 사람 속,

나 홀로 이사는 또 준비를 해야 하였다.


이번엔 정말 큰 이사였다.

출발점은 한 곳이지만 짐을 옮기는 곳은 두 장소가 되다 보니

그렇게 해주겠다는 업체를 찾는 것도 일이었고

청소업체는 물론 비어주어야 하는 군부대관사까지

정말 짜증의 연속에 끝나지 않은 육아에

상대방은 날이면 날마다 굿바이 회식에

사람들 데리고 와서 일거리만 만들어주다 보니

임신 전, 교통사고가 난 곳은 그렇게 다시 재발이 되었지만

상대방은

"어머님한테 애 맡기고 지내는 동안 병원 다녀"라고 했고

"우리 엄마 오십견이야"라고 대답해 보니

돌아오는 답변은 역시나 상상초월이었다.


"나중에 돈 벌면 그거 다 낫게 해 드릴게.

지금 내 주식 동기들이 다 부러워해. 어머님집 가서

먹고 싶은 거 다 먹고살아"


그렇게 정한 이사업체는

친정엄마가 새벽동안 미리 간 아이도 봐주고 짐도 받고

나는 상대방이 전출 간 충청도에 가서 짐 받고 검사하고

등등 혼수로 그렇게 친정한테 징징거려서 받아낸

2000만 원짜리 침대는 갈 곳을 잃었고

엄마에게 감사하다는 카톡/전화는커녕

완전 무급으로 주말마다와서 친정밥 얻어먹고 살아가는

기생충처럼 마지막까지 엄마를 힘들게 하는 장정이 시작되었다.


아. 아이의 유치원

급하게 보낸 바람에 차량은 잡히지 않고

개별 등하원 주말에는 엄마 좀 최대한 쉴 수 있게

경기도에서 충청도까지 운전해서 다니고

이거 뭐 본인은 전출하나로 앉아서 손하나 까딱없이

주식 오르면 생활비 더 주는 걸로 생색내지만

그놈의 주식은 그렇게 늪처럼 빠져들게 되었고

결국은 그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

제대하는 그날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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